SC그룹이 朴행장에 주목하는 이유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전 세계에서 아이패드 기반의 영업 서비스인 ‘리테일 워크벤치’(Retail Workbench)를 도입한다. 이를 이용하면 어디에서든 계좌 개설, 대출 승인, 신용카드 발급 같은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3월 SC그룹이 태블릿PC(아이패드) 안의 은행을 표방하는 리테일 워크벤치 서비스 도입을 발표하자 주요 외신에는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태블릿PC로 순식간에 계좌를 만들고 종이서류 제출 없이도 대출 승인, 실행이 가능한 서비스라며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리테일 워크벤치의 원조’는 IT 강국 한국의 SC제일은행이 개발한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SC제일은행은 2014년 7월 시간과 장소에 구애 없이 은행원이 고객을 찾아가 업무를 처리해주는 찾아가는 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위해 국내 은행 최초로 개발한 것이 바로 무선 인터넷뱅킹 시스템인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태블릿PC로 대부분의 은행업무 처리를 가능한 게 핵심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개발을 주도한 것이 2014년 당시 리테일금융총괄본부장이던 박 행장이다.
3년이 지난 현재 모빌리티 플랫폼은 입출금통장 개설 5분, 신용대출 13분 등 업무 처리시간 단축, 35만1000건의 상품판매, 월 30만장의 종이서류 절감 등의 성적을 냈다. 이에 SC그룹도 한국을 벤치마킹해 리테일 워크벤치를 전 세계로 확대 적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외국계 은행들이 보통 글로벌 본사의 기법을 들여오는 것과 달리 한국 지사의 기법을 해외로 전파한 성과로 금융권에서도 큰 관심을 받았다. SC제일은행 내부에도 고무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행장 취임 후엔 이마트, 신세계백화점에 야간, 주말에도 운영하는 신개념 경량점포(뱅크샵, 뱅크데스크) 모델도 도입했고, 세계 유수 단체들로부터 수상하는 등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박 행장은 평소 이런 성과에 대해 “영업에서만 한 우물을 판 덕분”이라고 설명한다. SC그룹의 제일은행 인수 후 첫 한국인 행장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외국계 금융기관을 보면 유창한 영어실력을 뽐내지만 박 행장은 다르다. 해외 유학파도 아니고, 글로벌 본사와 소통할 때 통역을 거치는 최고경영자(CEO)는 70여개국 SC그룹 지사에서 자신이 유일할 것이라는 말도 농담처럼 할 정도다. 말로 꾸미는 경영이 아니라 영업으로 실력을 입증하는 게 박 행장의 스타일이다.
“처음에는 영어를 잘 하면 눈에 띌 지 몰라도 결국엔 영업을 잘 하는 게 최고다”
올 상반기 SC그룹 내에서 SC제일은행의 전년동기대비 영업이익 성장률은 중국에 이어 2번째다. 홍콩ㆍ영국ㆍ싱가포르 등 글로벌 3대 주력 사업장에서 대부분 이익이 뒷걸음질 친 것과는 대조적이다. SC가 영어에는 서툴지 몰라고 영업에 일가견이 있는 박 행장에게 경영을 맡긴 이유는 이로서 분명해졌다.
강승연 기자/
spa@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