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창훈 기자] 정부의 ‘쌀 관세화 유예’ 종료 선언을 앞두고 농민단체들이 찬반 양쪽으로 갈라졌다. 일부 농민단체는 집단 행동에 나설 채비다. 국회도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30일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어 쌀 관세화 유예 종료를 공식화할 예정이다. 관세화를 통한 쌀 시장의 전면 개방 선언이다. 지난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농업협상 타결 이후 20년 동안 지속돼 온 쌀 관세화 유예가 올해 말로 종료됨에 따라 정부는 9월 말까지 관세화 여부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한다.

양대 농민단체인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는 지난 20일 ‘WTO 쌀 관세화 유예 종료 관련 공청회’에서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전농은 쌀 관세화에 반대, 한농은 찬성 입장이었다.

전농은 28일 서울 을지로에서 시청까지 3보 1배 행진을 한 뒤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어 쌀시장 전면개방 반대와 정부발표 중단, 국회 사전동의를 촉구한 뒤 30일까지 광화문 열린시민공원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간다.

다음 달 7일에는 필리핀 쌀 협상에 참여한 농민단체 대표 등이 참석하는 쌀 관세화 국제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또 8월까지 농촌지역을 돌며 농민들에게 반대입장을 설명하는 일정도 잡았다.

박형대 전농 정책위원장은 “필리핀처럼 웨이버, 즉 일시적 의무면제를 신청하는 방안, 현상유지, 관세화 등 세가지 협상안이 있는데 정부는 미리 관세화 입장을 정해놓고 밀어붙이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 농민단체가 참여하는 3자협의체를 구성해 정부의 협상 방향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농은 쌀 관세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김광천 한농연 대외협력실장은 “쌀 소비가 급감하는 상황에서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이 더 늘어나면 감당할 능력이 없다”며 “쌀농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을 전제로 관세화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쌀 관세화를 유예 받으려면 의무 수입 물량을 더 늘려야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20년간 쌀 관세화를 미룰 수 있는 ‘특별대우’, 즉 관세화 유예를 인정받는 대신 그 대가로 일정 물량을 의무적으로 수입했다. 쌀 관세화를 해도 의무 수입 물량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더 이상 늘어나진 않는다.

국회는 여당은 찬성, 야당은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쌀 관세화하려면 반드시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쌀 관세화가 국회 비준 사항인지 여부는 정부 내에서도 아직 확실한 해석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최규성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은 의무수입 물량을 늘리지 않고 현상 유지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쌀 관세화에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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