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 하겠지만 할 말은 해야 하겠습니다. 국방부 태도가 갈수록 이상합니다. 추호의 차질도 없어야 하는 곳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국방 분야라는 것은 동네 아이들도 아는 사실입니다.
이런 중차대한 과업을 양어깨에 짊어진 우리 국방부, 거짓말에다 말 바꾸기에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습니다. 동부전선 총기난사 사건에 쇼크를 먹은 걸까요. 아님 벌써 더위를 먹은 걸까요. 뭔가 잘 못돼가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국방부는 사고를 치고 탈영한 임 병장의 신병을 확보해 병원으로 옮기면서 감쪽같이 ‘대역(代役)’을 써 논란을 불렀습니다. 4대의 앰뷸런스를 불러 취재진을 따돌린 것까지는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문제는 대역 아이디어가 강릉 현대아산병원이 낸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병원 측은 무슨 소리냐며 황당하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리고 앰뷸런스 연막작전은 129구급차 환자이송단의 요청에 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129측은 환자를 수송해달라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일 뿐이라는 답을 내놓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국방부가 군병원 관계자를 부릅니다. 그리고는 언론에 4대의 앰뷸런스를 동원한 것, 그리고 임 병장의 대역을 쓴 것 모두 129구급차 운전사의 아이디어였고 군은 이를 그대로 따른 것이라는 해명을 하도록 한 겁니다. 변명 같은 해명도 대신하도록 했으니까 이 대목에서 허겁지겁 대리운전이 연상됩니다.
결정적인 말실수, 자극적인 거짓말은 임 병장이 자해직전 썼다는 유서 형식의 메모 공개문제를 둘러싸고 터져 나왔습니다. 지난 25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이 그 메모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유족에 둘러댄 겁니다. 찔끔 공개가 아니라 있는 그대로 몽땅 공개해서 시중에 나도는 ‘음모론’을 잠재우라고 여야 의원들이 다그치자 “유족들이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한 겁니다. 아뿔싸, 이게 웬일입니까. 유족들이 펄쩍 면서 공개를 반대한 적 없다고 반박한 겁니다.
이번 총기난사 사건으로 유명을 달리한 5명의 병사 유족들은 급기야 26일 장례절차를 전면중단한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군의 거짓에 대해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군이 고질적인 병영의 병폐로 터진 사건을 개인 차원의 갈등의 결과로 치부하려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사건을 사고 수습을 해도 모자랄 판에 이리저리 정신없이 헤집고 다니면서 사고를 치는 격입니다. 기자 역시 황당했습니다. 이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고 대대적인 병력을 동원해 탈영병을 수색하며 난리법석을 떨 때까지 장관도 차관도 육군참모총장도 소장도 준장도 대위도 상사도 지휘관 그 누구도 언론에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사실 앞에서 말입니다. 국방부 대변인이 상황브리핑 직후 고개 숙인 게 고작입니다. 그러니까 김 국방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질의답변을 통해 사과하기까지 상황입니다.
연일 국방부에 대한 비판적인 기사가 쏟아집니다. 곳곳에 미운털이 팍팍 박힌 모습입니다. 기자가 보건데, 대역파문 이후 더욱 그렇습니다. 아무리 기밀 본능주의에 길들여졌다고 해도 현장 취재진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국민을 기망하면서 뭔가를 도모한 것부터 잘 못인 거죠. 그냥 놔둘 언론이 아닙니다.
물론 저간의 사정을 모르진 않습니다. 총상을 입은 환자를 후송하는 문제는 분초를 다투는 긴급 상황입니다. 사건해결을 위해서도 가해자를 살려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이 과정에서 무리수를 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리조리 궁할 때마다 거짓을 둘러대는 것은 국가기관 답지 않은 행태입니다.
이정도면 국방부가 아니라 ‘국뻥부’라는 소리 들을만합니다. 이러니 정부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권위까지 허물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걱정이 늘어 갑니다. 국정혼란을 제대로 수습해낼지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