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인지도 등 치명적 타격 불가피 재계, 여론재판 우려…“뇌물죄는 과도” 해외서 부패방지법 적용 거액벌금 가능성 “직접증거·증언 없는 무리한 적용” 힘실려 “뇌물죄가 유죄로 나오면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에 ‘비리 기업’의 낙인을 찍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기업 총수의 경제적 생명을 끊는 일이 부디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2년 중형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그룹의 긴장도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그룹은 뇌물죄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그룹 브랜드 인지도에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판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또한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이 법리와 증거 대신 반기업 정서를 앞세운 여론재판으로 흐르는 점을 우려하면서 뇌물죄 적용은 과도하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2년 중형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그룹의 긴장도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사옥 모습.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2년 중형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그룹의 긴장도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사옥 모습.

▶비리기업으로 전락…브랜드가치 심각한 타격에 대규모 벌금 가능성도= 삼성은 이 부회장에 대한 뇌물공여죄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그룹 전반에 미칠 후폭풍에 상당한 고민을 안고 있다. 해외에 계열사를 두고 있는 삼성은 해외부패방지법을 적용받아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 수 있고, 해외 기업과의 인수합병(M&A)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기업 총수에게 적용하고 있는데, 유죄가 확정될 경우 FCPA 위반을 들며 대규모 벌금을 요구할 수도 있다. FCPA는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거나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게 돼 있는 기업 또는 기업의 자회사가 적용 대상이다. 삼성의 경우 해외 계열사가 미국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이 부회장이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천문학적인 과징금을 물 수 있게 된다.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 내 기업과의 인수합병(M&A)도 차질이 우려된다. 수십년간 공들여 쌓은 삼성의 브랜드 가치는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해진다.

삼성이 범죄기업, 부패집단처럼 인식돼 그간 쌓은 글로벌 브랜드 가치가 한 순간에 무너져내릴 수도 있다. 지난 5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Forbes)’가 발표한 브랜드 가치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브랜드 가치가 382억달러(약 43조552억원)에 달한다.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2년 중형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그룹의 긴장도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사옥 모습.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2년 중형을 구형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삼성그룹의 긴장도도 최고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삼성전자 사옥 모습.

▶증거ㆍ증언도 없는데…뇌물죄 적용은 과해= 25일 이뤄질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결과가 뇌물공여죄의 인정 여부에 따라 갈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뇌물공여죄 적용은 맞지 않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이는 직접적인 증언이나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승마지원과 경영권 승계 사이의 대가 관계가 명확히 증명된 것이 없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등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도움주는 것을 대가로 승마 등의 지원을 요구한 전형적인 ‘요구형 뇌물’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2014년 9월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1차 독대 이후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국민연금의 반대로 무산됐고, 2016년 2월 3차 독대 이후에는 안종범 전 경제수석의 수첩에 ‘금융지주회사’라는 문구가 기재돼 있음에도, 정작 금융위원회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한 끝에 금융지주회사에 대한 불가입장을 통보했다. 이는 뇌물을 요구한 대통령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결과로 해석돼 뇌물수수의 합의가 성립된 것으로 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글로벌 기업의 경영권 승계의 대가로 제공한 승마지원 과정에서 마필 지원 수량의 축소, 용역대금 감액 등 지원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논의가 계속된 점 또한 경영권 승계의 대가인 뇌물 비용을 깎으려 했다는 것으로 해석되며, 따라서 뇌물공여죄를 적용하기 힘들 것이란 논리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주주들의 동의 하에, 법률에 근거해 산정된 합병비율에 따라 정당하게 진행된 것”이라며 “이 부회장이 유죄로 인정될 경우 결국 라이벌인 미국과 일본에게만 좋은 일 시켜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순식 기자/


s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