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최남주 기자]‘슬로푸드’는 보통 된장, 간장, 김치 등 발효 음식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였다. 하지만 최근엔 가공식품 시장에도 ‘슬로푸드’가 하나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우유, 라면부터 베이커리에 이르기까지 제조 과정에 ‘느림의 가치’를 접목시키는 브랜드들이 속속 등장하며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 잡고 있다. 매일유업의 ‘상하목장’, 풀무원의 ‘자연은 맛있다’, 본비반트의 ‘브레드박스’ 등이 슬로푸드형 가공식품의 대표주자들이다.
매일유업의 친환경 우유 브랜드 상하목장은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살균한 ‘63℃ 저온살균 우유’를 선보이고 있다. 우유의 살균 방식은 온도와 시간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130℃ 이상에서 0.5~5초간 살균하는 초고온 살균, 72~75℃에서 15~20초간 살균하는 고온 단시간 살균, 그리고 63~65℃라는 낮은 온도에서 30분간 천천히 살균하는 저온살균이 있다. 이 중 생유에 가까운 풍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이 상하목장이 택하고 있는 63℃ 저온살균 방식이다.
63℃ 저온살균 방식은 일반우유 대비 900배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생산 효율성이 중요한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크지만,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살균하는 저온살균법은 열에 의한 단백질 변성이 줄어들어 소비자들은 보다 생유에 가까운 맛을 느낄 수 있다. 63℃ 저온살균 우유는 생산 과정도 차이가 있다.
낮은 온도에서 살균하기 때문에 유통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원유 내 유해 미생물 관리가 중요해진다. 우유 1A등급의 세균수가 ㎖당 3만마리 미만인인데 상하목장은 세균수는 ㎖당 8000 미만으로 관리하는 엄선된 목장에서 원유를 집유한다. 살균 전에도 최첨단 마이크로필터 시스템을 이용해 유해한 세균과 미생물을 99.9% 걸러내고 있다.
마이크로필터는 국내 최초로 매일유업이 우유 생산에 도입한 미세 사이즈의 필터다. 우유의 영양 성분은 그대로 통과시키면서 유해미생물과 세균은 걸러내 준다. 이처럼 63℃ 저온살균 방식은 생산 공정이 까다롭고 생산성이 낮아 원유를 투입 후 생산되는 완제품 양은 적을 수 있지만 그만큼 깨끗하고 맛있는 우유를 만들어준다.
풀무원 생라면 ‘자연은 맛있다’는 면발을 기름에 튀기는 대신 고온의 바람에 건조시키는 과정을 거친 대표적인 ‘슬로 라면’이다. 기름에 튀기지 않아서 일반 라면에 비해 100㎉ 이상 칼로리가 낮을뿐 아니라 포화지방 함량도 낮아 부담 없이 라면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면발도 생면의 쫄깃함과 담백함이 잘 살아 있어 식감이 풍부하다.
특히 ‘자연은 맛있다’ 시리즈 중 가장 최근 출시된 ‘자연은 맛있다 파송송 사골’ 제품의 경우 12시간 우려낸 소고기 사골 육수를 진공 건조해 만드는 등 국물의 깊은 맛까지 살렸다. 파와 마늘이 깔끔하고 개운함을 더해주며 대파, 표고버섯, 당근, 미역, 다시마 등의 풍성한 야채 건더기 스프가 포함되어 있어 자연재료의 향긋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본비반트의 ‘브레드박스’는 72시간이라는 저온숙성 과정을 거쳐 만든 유기농 천연 효모빵도 슬로푸드형 제품이다. 천연발효종을 이용해 빵을 만드는 것은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이스트를 넣는 것에 비해 발효와 숙성에 걸리는 시간이 길지만, 발효종 특유의 구수한 풍미와 부드러운 식감을 구현할 수 있다.
제빵 과정에서 유화제나 계량제, 색소 등 화학첨가물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다. 밀가루, 통밀, 호밀, 우유, 설탕 등의 재료를 유기농으로 사용하고, 소금 역시 3년간 숙성한 신안 토판염을 사용하는 시간과 노력이 좀더 들어가더라도 모든 재료를 엄선해 사용하고 있다. calltaxi@heraldcorp.com
출처: 프리미엄 식·음료 리포트 ‘헤럴드 컨피덴셜’ http://confidential.heraldcorp.com/
기자]최남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