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관통하는 화두는 ‘북한’이다. 28일부터 7월 9일까지 이어지는 양자ㆍ다자외교는 문 대통령의 북핵ㆍ통일외교 본격화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외교 대장정’이 국내적으로 갖는 의미는 따로 있다.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정상외교를 통해 국제사회가 바라보는 북핵문제의 현실과 과제를 목격하게 된다. 특히 문 대통령의 외교성과를 통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향후 5년 간 신뢰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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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우리는 ‘대화’로 북핵ㆍ미사일를 해결해야 할까?= 문 대통령은 6ㆍ15 남북공동선언 기념사와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했다. 당장 탄도미사일ㆍ핵 개발로 우리 안보를 위협하는 북한이다. 우리는 굳이 왜 북한과 대화해야 하는 것일까?

북핵문제를 제로섬(zero sum)게임이라고 바라보면 결국 남은 선택지는 ‘전쟁’ 혹은 ‘현장유지’(status quo)다. 하지만 2차대전 이후 마련된 유엔헌장은 전쟁을 금지하고 ‘국가를 소멸에 이르게 할 수 있는 패배’(debellatio)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한 무력공격이나 수뇌부 제거작전이 이뤄질 경우, 국제사회는 이를 유엔헌장 위법으로 판단해 북한의 자위권을 포함한 동맹국의 무력행사를 허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 아프가니스탄ㆍ이라크 전쟁에서 미국이 유엔헌장을 위반하고 무력을 행사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이는 중국과 같은 강대국이 개입되지 않았을 때나 가능했다. 북한의 경우, 중국과 동맹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미국도 쉽게 군사적 옵션을 검토할 수 없다.

문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주변국은 북한 자체가 아닌 북한의 위협을 소멸할 방법에 대해 강구해왔다. 이 과정에서 군사적으로는 북한의 도발을 억지하고, 외교적 대화를 통해 북핵 동결과 대량살상무기(WMD) 개발을 중단시키는 성과를 일부 거뒀다. ‘압박과 대화의 병행’을 강조되는 이유다.

▶‘대화’한다던 文대통령…현무-2C 참관한 이유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엔모순이 많아보인다. 북한과의 대화를 강조하며 평창 동계올림픽 남북 단일팀 가능성을 희망하면서도 북한 전역을 사정권으로 두는 사거리 800㎞ 탄도미사일 현무-2C 미사일의 시험발사를 참관했다. 또,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감행할 때마다 “대화를 시작해야 하는데 대화의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대화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군사적 역량이다. 당장 북한은 한국을 대화상대로 여기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한국이 독자적이고 실질적 군사적 역량을 갖추면 북한도 한국과의 대화필요성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와 같은 방어적 억지력뿐만 아니라 북한이 한국에 공격을 가할 시 엄중하게 보복하고 제압할 수 있는 공격적 억지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선제공격형 방위시스템인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킬체인(Kill Chain)-대량응징보복(KMPR) 등 3축체계가 중요한 이유다.

▶한반도 평화정착에 한미동맹이 중요한 이유= 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구상’에 한미동맹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문 대통령은 ‘자주국방’을 주장하면서도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발전의지를 피력하기 위해 28일(현지시간) 미국을 찾았다.

북핵 문제를 제로섬으로 바라볼 순 없지만 북한이 우리에게 가할 수 있는 군사적 위협에는 제로섬 게임으로 접근해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남북 간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하더라도 핵 개발ㆍ미사일 도발에는 엄중 대응할 필요가 있다. 문 대통령이 “대화에도 강력한 국방력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강력한 국방력은 우리가 아무리 ‘자주국방’을 위해 예산을 확대하고 투자를 하더라도 군사강대국을 둘러싼 환경에서 갖춰지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럴 때 중요한 것이 바로 ‘동맹국의 협력’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은 우리나라 안보의 필수조건이다. 동방정책을 계승한 것으로 알려진 고(故) 헬무트 콜 서독일 총리도 소련이 동유럽에 설치한 중거리 핵미사일(INF)에 미국의 핵미사일 퍼싱2와 크루즈미사일 토호마크를 들였다. 당시 서독 내 반미시위가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콜 총리는 되레 시위대를 비판했다. 군사적 균형 하에 서독과 동독, 그리고 미국과 소련의 군비경쟁이 과열되다 미소 양국은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INF폐기조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소련은 약해졌고, 독일은 미국과 영국, 프랑스의 지원 속에서 통일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위협이 클 때는 강대국에 의존하고 약할 때 비로소 대화에 나서는 것, 그것이 바로 통일을 향한 첫 걸음이다. 문 대통령이 역대 정부중 최단기간으로 한미 정상회담에 나선 것도,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결국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첫 발걸음을 떼기 위한 것이다.


munja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