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 이후 최장수…초지일관 신뢰ㆍ공정 강조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신뢰가 두터워야 당당히 바로 설 수 있습니다(無信不立).”

임환수 전 국세청장이 28일 퇴임하면서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가 평소 직원들에게 일관되게 강조했던 말이다. 그는 지난 2014년 8월 취임할 때에도 ‘신뢰받고 공정한 국세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그 약속을 꿋꿋이 지켰다.

그의 재임기간은 2년 10개월로, 문민정부 이후 역대 최장수 국세청장 기록이다. 그의 재임 기간에 경기가 썩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국세 수입이 크게 늘어 ‘정부만 호황’이라는 말을 듣기도 했지만, 세수 저변을 확대해 국가 재정을 든든하게 하는 데 기여했다. 세수를 크게 늘리면서도 별다른 구설에 휘말리지 않고 국세청을 이끌어 조직 안정화에도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도 그의 가장 큰 성과는 국세청 본연의 업무인 세수 기반을 확대한 일이다. 국세 수입은 취임 이듬해인 2015년 210조8000억원(일반회계 기준)으로 전년보다 5.7% 늘었고, 지난해에는 235조7000억원으로 11.8% 증가했다. 나라 곳간이 두둑해짐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와 올해 국채를 추가 발행하지 않고 세계잉여금과 세수 증가분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할 수 있었다.

그는 퇴임식에서도 “(취임 당시의) 약속과 다짐을 실천하기 위해 쉼없이 달려왔고, (직원들과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고 서로 격려하며 수많은 고비도 넘었다”면서 “그 결과 국가재정수요의 안정적 확보라는 기본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세수증대의 성과가 세무조사를 줄이는 등 납세자 친화적인 세무행정을 통해 달성했다는 점은 더욱 큰 성과로 꼽힌다. 국세청의 연간 세무조사 건수는 그가 취임하기 이전인 2013년 1만8000여건에 달했지만, 취임 후에는 연간 1만7000건으로 줄었다.

그는 재임기간 중 사후조사 대신 성실납세 지원에 역점을 두고 납세 정보의 사전고지 등 서비스를 강화했다. 2015년엔 차세대 국세행정시스템(NTIS)을 개통해 개별 납세자에게 신고해야 할 세금을 미리 알려줘 자영업자 등의 탈루를 막는 데 큰 효과를 냈다.

임 전 청장이 취임하기 이전에만 해도 국세청이 각종 사건ㆍ사고나 비리 의혹에 휘말리는 일이 많았지만, 그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아 국세청에 대한 대(對)국민 이미지 개선에도 큰 성과를 냈다. 지난해말 이후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에 국세청이 휘말리지 않은 것도 그의 철저한 자기관리 및 치밀한 조직관리에 힘입었다는 평가다.

임 전 청장은 행정고시 출신이면서도 그동안 다소 홀대받았던 7급 공채나 세무대 출신 등 비(非)고시 직원들을 중용해 직원들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런 임 전 청장의 성과를 지속ㆍ강화하는 것은 남은 직원들의 몫이다. 그는 퇴임하면서 직원들에게 “국민들로부터 ‘국세청 말은 무조건 맞다, 무슨 일이든 국세청이 하면 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더욱 사랑받고 신뢰받는 국세청이 되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