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갤러리ㆍ아뜰리에 에르메스, 나란히 신진작가 기획전 - IT기술은 모바일세대 작가에게 또 다른 미술언어 자리매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한국현대미술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최근 몇년새 불어온 단색화 열풍에 이어 포스트 단색화 논의가 한창인 가운데, 그보다 조금 먼 미래를 짐작해 볼만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바로 30대 작가들의 기획전이다. 2006년이후 동시대 젊은 작가들을 지원해온 ‘아뜰리에 에르메스’와 국내 메이저 갤러리인 국제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도산공원과 삼청동이라는강남과 강북의 문화중심지에서 열린다는 공통점도 있지만, 모바일세대라고 평가되는 IT기술 친화적인 세대의 작업이 이전 세대와 차이점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롭다.

(사진구하는중) 강남ㆍ강북 문화 핫스팟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 미리보기
국제갤러리 1관 스노우플레이크 전시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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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1관 전시전경 [사진제공=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 ‘스노우 플레이크’= 국제갤러리는 네 명의 신진작가들이 참여하는 그룹전 ‘A Snowflake(스노우 플레이크)’를 개최한다. 지난 2013년 ‘기울어진 각운들’전을 시작으로 발전가능성 있는 신진작가를 육성하고, 이들을 장려하는 기획의 일환이다.

올해는 큐레이터 현시원의 기획으로 김익현, 최윤, 박정혜, 이미래 등 4명 작가가 참여한다. ‘스노우 플레이크’는 영국의 수학자이자 대중과학 저술가 이언 스튜어트의 저서 ‘눈송이는 어떤 모양일까’에서 출발한다. 스튜어트는 눈송이 형태를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해 다양한 구조의 실체를 통해 근본적으로 ‘눈송이는 그래서 눈송이다’는 철학적 결론에 이른다. 눈송이 모양은 무수한 조건에 영향을 받지만, 결정체의 섬세한 구조와 이것이 반추하는 형상에 근거한 삶을 바라보는 핵심을 깨닿자는 것이다.

김익현은 스마트폰과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한 리서치ㆍ아카이브 방식을 탐구한다. ‘휴거’는 1990년대 한국사회를 강타한 한 종교의 비가시적 믿음 세계를 보여주며 ‘무엇이 존재하고, 무엇이 보이는가 혹은 보이지 않는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처럼 네명의 작가는 자신들의 경험적이고 실증적 관찰을 통해 그들이 속한 세대를 반영하는 일련의 주요 작품과 신작을 소개한다. 그들이 세계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그들이 바라보는 대상이 무엇인지, 또 그것이 어떤 모양인지를 작품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사진구하는중) 강남ㆍ강북 문화 핫스팟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 미리보기
김윤하, <그 우발에 대한, 방치하고 싶은 그 불편에 대한, 그럼에도 의도할 수 없는 그 오염된 수단에 대한, 그 전생을 수행하려고 증식하다가, 경계를 발견하고는> 2017, Mixed media, Dimension variable 사진 남기용ⓒ에르메스 재단 제공
(사진구하는중) 강남ㆍ강북 문화 핫스팟에서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 미리보기
(앞) 박길종, <내 친구의 친구들은 내 친구들이다> 2017, Styrofoam, acrylic, brick, A4, paper, Gold Star cassette player, a remake of Byul.org’s song by permission. (뒤) 백경호, 2017, mixed midea on canvas and linen . 사진 남기용ⓒ에르메스 재단 제공

▶아뜰리에 에르메스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개관 10년을 돌아보는 전시 ‘오 친구들이여, 친구는 없구나’를 준비했다. 2006년 오픈한 이래 동시대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고 발굴하는 역할을 해온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10주년을 맞아 과거를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모색한다는데 전시의 방점을 뒀다. 전시에는 김민애, 김윤하, 김희천, 박길종, 백경호, 윤향로 등 이전에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전시한 적이 없는 신진작가들의 작품이 나왔다. 과거 회고보다는 젊은 작가들이 나름의 시각으로 아뜰리에 에르메스와 참가 작가들의 재해석하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김윤하의 설치작품은 아뜰리에 에르메스를 거쳐간 선배 작가들의 오마주다. 올해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한 이수경 작가의 도자기 작업이 스티로폼의 형태로 재해석 됐다. 김희천은 3D와 모바일을 넘나들며 디지털기기에 의해 재편된 시공간을 주제로 한 영상작업을 선보인다. 10년의 시간을 공간적으로도 읽을 수 있는 시도가 흥미롭다.

전시를 기획한 김윤경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스마트폰에 매우 익숙하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 구별된다”며 “예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