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서기 3세기 로마 제국에 종말을 가져올 것으로 불렸던 ‘공포의 천연두’로 사망한 시신의 유해들이 이집트에서 발굴됐다.
17일(현지시간) 타임과 라이브사이언스닷컴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연구진은 지난 1997년부터 2012년까지 이집트 남부 룩소르에서 두꺼운 석회로 뒤덮여있는 시신들을 발굴했으며, 2년 간의 분석을 통해 이 시신들이 3세기의 것이란 사실을 밝혀냈다.
룩소르는 고대 이집트 왕국의 수도 ‘테베’가 있던 도시로, 당시 석회는 전염병 유행을 막기 위한 소독약으로 쓰였다.
‘이탈리아 룩소르 고고학 파견단’(MAIL) 연구원들은 기원전 7세기 이집트 왕실의 대집사였던 하르와(Harwa)를 위해 세워진 기념비를 발굴하던 중 석회로 쌓인 시신들을 발견하고, 그 인근에서 석회가 생산된 3개의 가마와 거대한 모닥불 터를 함께 찾아냈다.
이 모닥불 터에선 인간의 유골들이 나와, 이곳이 천연두로 사망한 수많은 사람들을 태운 화장터였던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가마에서 발굴된 도자기를 토대로 이 시신들이 천연두가 대유행하던 3세기에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당시 이집트를 지배하고 있던 로마 제국에는 천연두가 창궐해 영토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며 사람들을 공포에 몰아넣었다.
특히 피해가 절정에 달했던 250년부터 271년까지의 시기엔 로마에서만 하루에 5000명 넘는 사람들이 천연두로 사망했을 정도로 무서운 전염병이었다.
때문에 카르타고의 주교였던 키프리아누스는 천연두를 가리켜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음을 알리는 전염병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프란체스코 티라드리티 MAIL 대표는 “하르와의 기념비가 그의 사망 이후 천연두의 감염된 시체를 처리하는 데 쓰이느라 오명을 썼다”면서 “이 때문에 19세기 초 무덤 도굴꾼들이 이곳에 처음 들어올 때까지 완전히 잊혀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MAIL의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이집트 발굴학회가 발간하는 학술지 ‘이집트고고학’(AE) 최신호에 게재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