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직원 비율 높이려 서류전형 가산점 -“軍가산점제는 폐지하면서…역차별” -인권위 등 민원 쇄도…온라인 시끌
[헤럴드경제=신동윤ㆍ박로명 기자] 경기침체로 인해 구직자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서류전형 단계에서 ‘여성가산점’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한 공공기관의 채용 공고를 두고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상에선 남성 구직자들을 중심으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 이하 평가원)에서 지난달 28일 공지한 ‘2017년도 신규직원 채용 공고’ 상에 기재된 여성가산점 ‘1점’ 을 두고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특히, 과거 폐지된 ‘군가산점제’와 비교하며 여성가산점이 심각한 성 역차별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경우 일부 회원을 중심으로 관련 내용에 대해 국민신문고와 국가인권위원회를 통해 민원을 제기했거나, 추가 참가인원을 모아 민원을 낼 예정이라는 글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기관은 채용공고를 낸 이후 하루에도 수차례 남성 구직자들이 “왜 여성가산점을 적용하냐”는 항의성 전화 민원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평가원 측은 이번 조치가 ‘남녀고용평등과 일ㆍ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상’에 남성 또는 여성 등 한 쪽이 현저히 적을 경우 그에 따른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따른 것 뿐이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에서 실행 중인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에 따라 근로자 500인 이상 사업장과 50인 이상의 공기업은 전체 직원 중 여성근로자의 고용 비율과 평균 여성관리자 비율을 매년 제출해야한다. 특히 동종업종 평균의 70%에 미달하는 기업은 관련 내용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시행계획서를 제출해야 한다.
평가원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 알리오)을 통해 공개한 직급별 성비에 따르면 여성은 전체의 26.7%(35명) 수준이며, 여성 관리자 비율은 8.4%(11명)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평균 여성 근로자 비율은 38%, 평균 여성 관리자 비율은 20%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평가원 관계자는 “(여성가산점 제도 시행은) 여성 근로자의 수를 장기적으로 확보함으로써 동종산업 평균보다 저조한 상황을 개선하기위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계획을 실제로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부 여성고용정책과 관계자는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라는 것은 현재의 성별 차별 상태가 심하기 때문에 특정 성별에게 잠정적인 우대조치를 취하겠다는 것”이라며 “각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준정부기관 등이 제출하는 시행계획서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부실하다 판단될 경우 재보고토록 하고 있지만, 기관별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관리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특정 기관의 여성가산점 등의 방안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해당 관계자는 “군가산점제의 경우에도 특정 성별에 대한 우대란 이유로 폐지된 상황에 여성에 대해 가산점을 부여하는 것은 차별의 소지가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된다”며 “보다 구체적인 법률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14년부터 여성가산점제를 운영해 온 평가원 입장에서는 ‘남성 역차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평가원 관계자는 “이공계 관련 기업이다보니 여성 지원자가 상대적으로 적고 재직중인 직원 성비가 깨져 여성고용 확대를 위해 해당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라며 “여성가산점은 서류단계에서만 적용되고, 이후 채용단계부터 최종 당락에 이르기까지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다만,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전문가들은 여성가산점제가 균형이 맞지 않아 파생하고 있는 각종 사회 문제를 고치기 위한 과정으로 봐야한다고 조언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가산점으로 대표되는 각종 성평등 정책은 한국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남성 쏠림현상을 해소하고 기회의 균등을 맞추기 위한 구조적인 노력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