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만난 그랜저 하이브리드와 기존 내연 기관 트림 그랜저는 외관에서 크게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트렁크 우측 상단에 적힌 ‘hybrid(하이브리드)’ 엠블럼과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에어로 다이내믹 알로이 휠 등이 아니었다면 일반 그랜저로 오해할 법한 생김새였다.

성능도 내연 기관 트림 못잖았다.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가 바로 ‘힘이 없고 가속력이 떨어지는 등 성능이 별로’라는 것. 그러나 직접 타본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성능은 “내가 아는 하이브리드가 아닌데”라는 온라인 론칭 광고를 통해 드러낸 현대차의 자신감이 근거없는 자신감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시승 코스는 메이필드 호텔에서 파주 헤이리까지 편도 약 40㎞ 구간. 시승 차량은 익스클루시브 스페셜 트림 풀옵션 사양으로 17인치 타이어를 장착하고 있었다.

일단 주행시 느껴지는 ‘정숙함’은 과연 하이브리드 차량 다웠다. EV모드로 저속 주행을 할 때에는 노면 소음 등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현대차는 차량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엔진룸의 흡차음재 적용 부위를 확대하고 흡음재 일체형 언더커버를 새로 부착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휠 강성을 높여 바닥에서 올라오는 로드 노이즈도 최소화했다.

다만 가속페달에 힘을 준 뒤 동력이 모터에서 엔진으로 전환된 뒤에는 다소 정숙성이 떨어진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고속 주행시에는 풍절음(바람 가르는 소리)이 거슬릴 정도로 크게 들려 동승자를 당혹케 했다.

비록 풍절음에 귀가 따가웠지만, 고속 주행은 시원하고 힘이 넘쳤다. 최고 출력 159마력의 2.4ℓ 가솔린 엔진과 최고 출력 38㎾ 전기모터의 조합은 안정적인 고속 주행을 이끌었다.

고속 주행 과정에서 맛볼 수 있는 ‘래피드 다이나믹 킥다운’ 기술도 인상적이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이는 하이브리드 전용 6단 변속기에 특화된 기술이다.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부드럽게 밟으면 부드러운 변속이, 세게 밟으면 직결적인 변속이 이뤄진다. 실제 그랜저 하이브리드는 ‘밟는대로 나간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가속페달에 조금만 힘을 줘도 속도계의 바늘이 금새 오른쪽으로 기울었다. 순식간에 시속 100㎞를 훌쩍 넘어섰다.

이와 더불어 ‘주행조향 보조시스템’도 제 역할을 다 했다. 속도를 줄이며 코너링을 할 때 운전대에서 손을 떼자 차량이 차선을 감지해 알아서 코너링을 돌았다.

하지만 코너링 시 쏠림 현상은 기존 그랜저보다 나아졌다곤 해도 여전히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았다. 고속도로 위를 시속 90~100㎞가량으로 주행하던 중 커브 구간을 만나 핸들을 돌리자 동승자의 몸이 눈에 띄게 휘청였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앞뒤로 출렁대는 현상이 여전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연비는 경차 못잖게 훌륭했다.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1ℓ당 16.2㎞. 이날 그랜저 하이브리드의 성능을 시험하기 위해 주행모드를 ‘스포츠’에 놓은 뒤, 급가속과 급제동을 수차례 반복했지만 최종 연비는 1ℓ당 13.6㎞로 준수한 수준을 보였다. 시속 80~90㎞로 평소 패턴대로 운전을 했던 동승자는 순간 최고 연비가 1ℓ당 18.8㎞를 찍기도 했다.

아울러 시승을 마치고 확인한 트렁크도 골프백 4개가 들어갈 정도로 크고 넉넉했다. 배터리를 스페어 타이어 자리로 이동시키면 캐디백 4개에 보스톤백 2개까지 탑재가 가능하다.

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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