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우주선 탑승 전 로켓을 보면 안된다.’

회전의자, 화장실 타임, 동전 던지기, 마스코트 인형 등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우주개발의 꿈을 실현하는 우주비행사들 사이에는 임무 성공을 기원하는 갖가지 미신이 있다.

1961년 세계 최초의 유인우주선 보스토크 1호가 발사된 지 반세기가 넘었지만 로켓 발사와 관련한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가 꼭 치러야 하는 의식처럼 남아있다.

영국 BBC방송은 10일(현지시간) 로켓 발사 과정에서 이뤄지는 러시아 우주비행사들로부터 유래한 여러 의식들을 소개했다.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발사기지에서는 1970년대부터 우주비행사들이 이륙 전날 밤 ‘러시아인이 서방을 비꼬는’ 컬트영화 ‘사막의 백일(白日)’(The White Sun of the Desert)을 감상한다. 냉전시대 러시아 영화로 바이코누르 우주인들은 모두 출발 전 의식처럼 이 영화를 시청한다고 BBC는 소개했다.

출발 직전 우주선에 탑승한 이들을 위해 음악을 틀기도 한다. 1961년 최초의 우주비행사인 유리 가가린은 해치를 닫고 계기 점검을 완료한 후 관제소에 인터컴을 통해 음악을 틀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관제소는 러시아 사랑가를 들려줬다. 지금은 선곡의 범위가 넓어졌을 뿐 이같은 전통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우주비행사들이 우주병을 방지하기 위해 발사 전 회전의자를 사용하는 것도 독특한 행위 중 하나다. 우주병은 무중력 공간에서 활동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현기증ㆍ구역질ㆍ두통ㆍ피로 등 배멀미와 비슷한 증세가 나타난다. 우주비행사들은 발사 몇 시간 전 회전의자에 앉아 뱅뱅 돌며 특수 침대에 누워 위아래로 젖혀지기도 한다. 러시아 우주물리학자들이 고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효과는 입증된 바 없다. 발사 관계자들이 로켓이 발사대로 옮겨지는 과정을 보는 것은 불운을 가져온다는 미신도 있다. 때문에 로켓 기술자, 보조요원 등 관계자들과 우주비행사 가족들은 소유즈 로켓을 발사대까지 이동시키는 철로 위에 동전을 올려놓으며 이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한다. 동전이 바퀴에 깔려 납작해지면 행운을 가져온다고 믿는다. 발사대로 로켓이 옮겨지고 나면 러시아정교 사제의 기도가 이어진다.

바이코누르에서 가장 기묘한 전통은 우주비행사들이 로켓까지 버스로 이동하는 도중 우주복을 완벽히 착용하지 않고 중간에 버스에서 내리는 것이다.

가가린은 첫 비행 직전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이동하는 버스를 세웠고 밖에 나가 우주복을 반쯤 벗고 소변을 누었다. 오늘날 우주복은 비행사용 기저귀를 갖추고 있고 세 겹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아직도 남성 우주비행사들은 우주복을 반쯤 벗은채 중간에 버스에서 내릴 수 있다고 BBC는 전했다.

이곳에선 우주비행사들이 귀환하면 여성들이 일렬로 서서 음악에 맞춰 빛나는 황금색 폼폼(치어리더들이 쓰는 방울 솔)을 흔든다. BBC는 기원은 알 수 없으나 지금껏 단 한번도 폼폼이 등장하지 않은 채로 비행이 마무리된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이밖에 바이코누르에서는 출발 직전 자신만의 묘목을 심고, 로켓에 자신의 이름을 서명하며, 꼭 껴안을 수 있는 마스코트 인형을 가져가는 것도 특이한 전통으로 소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