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성웅이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옷을 입었다. 영화 '신세계' 속 이중구의 강렬한 모습과 달리 이번에는 의리를 중요시하는 부산 최대 사채조직 황제 파이낸스 대표 정상하로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웃고만 있어도 무섭다'는 말을 듣는다던 박성웅은 우리가 꿈꿔왔던 누아르 속 주인공의 모습을 입고 관객들과 마주한다.

오늘(11일) 전야 개봉하는 '황제를 위하여'는 부산을 배경으로 이긴놈만 살아 남는 도박판 같은 세상에서 서로 다른 황제를 꿈꾸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액션 누와르 작품으로 박성웅은 이민기와 대립하면서도 끊임없이 조력하는 인물로 분했다.

올해 초 '찌라시:위험한 소문'부터 '역린', '하이힐' 등 많은 영화에 등장, 충무로에서 가장 바쁜 배우라 해도 과언이 아닌 박성웅. 그런 그가 '황제를 위하여'를 선택하게 된 동기를 털어놨다.

"처음에 시나리오를 보고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상하 캐릭터도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엔딩신도 인상 깊었죠."

박성웅은 정상하라는 옷을 입으며 처음으로 부산 사투리에 도전했다. 충청도 출신인 박성웅에게 부산사투리는 쉽지 않은 과제였다. 하지만 박성웅의 이런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은 영화를 오래 보지 않아도 금방 깨달을 수 있다.

"20년을 충청도에 살았고, 20년 넘게 서울에 살아서 부산은 제게 낯선 곳이에요. 낯선만큼 더 사투리 연습에 몰두할 수 밖에 없었죠. 촬영 두달 전부터 작가와 함께 연습해왔습니다. 촬영 전날에는 작가가 대사를 한 마디씩 녹취해서 SNS로 보내줬어요. 현장에서도 동시녹음 기사를 옆에 놓고 꼼꼼하게 사투리 대사를 해나갔죠."

'신세계' 속 이중구의 모습이 워낙 많은 이들의 뇌리에 박힌지라 이를 기대하고 갔던 관객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성웅은 이런 관객들의 기대를 기쁘게 배반한다. 눈빛, 대사, 액션 모두 그는 정상하의 그것을 녹여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박성웅은 정상하였고, 정상하는 박성웅이었다.

"저를 보면 악한 역할이 먼저 떠오르시나봐요.(웃음) 지인들도 VIP 시사회에서 영화 보고 '착하게 나오더라?'라고 묻더라고요. 정상하 자체가 참 의리있고 매력있는 캐릭터죠. 그게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된 이유기도 하고요. '신세계' 때만해도 선택 받아야 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시나리오를 가져다 주시니까 제가 연기를 할 수 있음에 감사해요."

'황제를 위하여'는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부산을 배경으로 한 만큼 광활한 바다, 밤에 가장 밝게 빛나는 건물, 깊숙한 골목의 포장마차, 모텔촌 등 가장 부산다운 모습과, 부산답지 않은 곳들의 수차례 교차한다. 28억 저예산으로 제작됐다는 사실이 감탄스러울 뿐이다.

"30억 안되는 예산으로 촬영했다고 하면 다들 놀라세요. 기존에 부산으로 배경으로 한 영화보다 부산을 가장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부산 분들이 가장 많이 봐주실 것 같아요. 지난주에 부산을 다녀왔는데 반겨주시더라고요. 이환과 검사가 거래하는 장면이 정말 예쁘게 나왔어요. 저는 현장에 없어서 모니터로 봤는데 새로웠어요."

액션스쿨 1기 출신인 박성웅은 영화 '황제를 위하여'에서 누구보다 액션연기에 심혈을 기울였다. 자신있는 연기인만큼 소홀히 할 수 없었다는 것이 박성웅의 설명이다.

"'액션스쿨 1기' 수식어가 있다보니 솔직히 더 노력했어요. 그런 수식어가 있는데 다른 배우들보다 못하면 안되잖아요. 훈련장에서는 17년 전에 1년 6개월 동안 해왔던 기본적인 것들만 하고왔어요. 그리고 집에서 혼자 남들 모르게 액션 합을 연습했죠."

'황제를 위하여'의 예상 스코어를 묻는 질문에 박성웅은 "어렵다"면서 한참이나 생각한 후 어렵게 입을 뗐다.

"한국영화들이 지금 잘 안되고 있어서 부담이 되기도 해요. 뒤에 '트랜스포머4'도 기다리고 있고요. 외화들한테 점령당하면 안되는데 말이죠. '끝까지 간다'가 선전하고 있어서 다행이지만요. 정말 욕심 안부리고 170만에서 200만 정도 갔으면 좋겠네요."

그 동안 박성웅은 출연작 제작발표회, 언론간담회 자리에서 '멜로' 영화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꾸준히 드러내온바 있다. 진한 멜로연기를 하는 박성웅의 모습도 그치 낯설 것 같진 않다.

"드라마에서 정통멜로는 아니지만 멜로 연기를 하긴 했어요. 언젠가는 진한 멜로도 해보고싶어요. 그런데 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장르를 두루 하고 싶습니다. 코미디도 좋고요. 정말 여러가지 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물었다. '가장 나다운 배우'라는 답이 돌아왔다. 박성웅다운 대답이 아닐 수 없다.

"닮고 싶은 사람도 없고 지금도 누구의 선배지만 앞으로 더 많은 후배가 될 것이니, 나다운 모습으로 매순간 열심히 연기하고 싶어요. 그리고 50대가 되서도 섹시한 배우로 남고 싶습니다. 지금 50대에 섹시한 배우는 없는 것 같아요. 그때도 멜로를 하고 액션을 하고 어떤 장르를 해도 소화할 수 있는 그런 배우가 되고 싶네요."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다는 박성웅. 그 동안 꾸준히 그 신념을 잃지 않고 매진해왔기에 지금의 박성웅이 있을 수 있었고 현재도 연기하는 박성웅은 충분히 섹시하다. 이는 '50대에 가장 섹시한 배우' 타이틀을 거머쥘 박성웅의 배우 인생이 기대되는 이유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