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경상수지 흑자’ 원화강세 속앓이만
정부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환율 하락, 즉 원화강세 흐름이 거시경제에 가져올 역기능과 순기능의 크기를 가늠하기 쉽지 않아서다.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보다 0.8원 오른 1017원에 출발했다. 외환당국은 일단 달러당 1020원선을 무리하게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최근 이어지고 있는 원화값 상승 추세는 외환당국이 나선다고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구두개입과 약간의 직접개입은 환율 하락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미세조정에 불과하다.
원화강세의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과도한 경상수지 흑자’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들어 4월까지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20억달러에 달한다. 사상 최대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150억달러)보다 많다. 이대로 가면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8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6%에 이른다. 보통 GDP의 3~4%를 적정 수준으로 본다. 경상수지 흑자가 경제규모에 비해 너무 크다는 뜻이다. 달러화가 물밀 듯 밀려들어오는데 원화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내수침체에 따른 수입 부진이 경상수지 흑자를 키우고 있다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소비부진과 설비투자 감소로 수출과 내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살아나지 않는 내수가 수입부진으로 이어져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불러오고 환율 하락, 즉 원화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내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외환시장에 강하게 개입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 하락이 통화가치를 높여 내수에는 긍정적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미국 등 선진국의 원화절상 압력도 무시 못할 변수다. 시장에서는 정부가 달러당 1010원을 마지노선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전민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2004년에도 정부가 환율 하락을 막기 위해 시장에 개입했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환율 하락 압력을 견디지 못해 실패한 적이 있다”며 “이는 정부의 시장 개입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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