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미국이 기준금리를 정상화하는 로드맵을 분명히 함에 따라 국내 금리도 우상향 추세를 피하기 어렵게 됐다. 가계부채 이자부담도 빠르게 무거워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출금지’령을 더욱 강화시키고 있다. 서민들은 더욱 돈빌릴 곳이 없어지는 셈이다. 중산층은 가계는 이자에 짓눌리고, 서민층은 돈줄이 막혀 경제적 질식 상황으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지난 해말 가계부채는 전년보다 141조원 늘어나며 1344조3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첫 두달간을 고려하면 이미 135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지난해 말 기준)은 43.0%다. 따라서 약 750조∼800조원이 변동금리형인 셈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해 월 말 국회 보고에서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이 9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그간 고정금리·분할상환 비중이 높아지는 질적 개선이 있었고, 고신용·고소득 우량 차주의 대출 금액이 전체 가계부채의 65%를 차지하고 있어 당장 큰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는 저신용자, 다중채무자,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이다.
한은은 10개 신용등급 중 7∼10등급인 저신용 차입자의 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80%를 넘는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이들은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을 많이 이용한다. 2금융권은 시중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금리 반영 정도도 은행보다 크다. 지난해부터 가계대출 증가세는 은행권보다 2금융권이 이끌고 있다. 은행 가계대출이 지난해 연간 9.5% 증가하는 동안 제2금융권은 17.1% 급증할 정도다.
개인신용평가사인 나이스평가정보 집계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5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는 101만7936명으로 2012년 말보다 5.0% 증가했다. 그런데 이들의 작년말 대출액은 108조9324억원으로 같은 기간 20.9%나 급증했다. 가파르게빚이 불어난 만큼 연쇄적인 연체 위험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경기가 나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자영업자의 폐업 가능성도 커진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폐업위험도가 7.0∼10.6% 올라간다고 예상했다.
정부는 금리 인상으로 부실 위험이 커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응을 서두르고있다.
그런데 올해 1월 2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2조9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10월 이후 최대치다. 보통 1월은 비수기여서 대출잔액이 전월보다 감소하거나 소폭 늘어나는 시기다.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수장은 연일 제2금융권을 향해 가계대출을 자제하라는 목소리를내고 있다. 하지만 은행을 죄자 2금융권으로 몰려간 대출 수요다. 2금융권에서 마져 돈줄이 끊긴다면 대부업체 등 비제도권으로 풍선효과가 옮아갈 가능성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고민은 이해하지만 현재의 정책은 서민들의 실상은 감안하지 않은 채 금융회사 건전성만 챙기는 모양새”라면서 “금융시스템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빌리지 않으면 살기 어려운 경제상황이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