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한 안보론·따뜻한 경제론 거대기업 개혁 보수 루즈벨트 닮아 바른정당 소속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보수가 바뀌어야 대한민국이 바뀐다”는 지론을 앞세워온 ‘보수주의자’다. 그는 본지 인터뷰에서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이라고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둘 중에선 “안보가 우선”이라고도 했다. 대북정책에 대해 “(김대중ㆍ노무현 정부의) 진보 정책은 진보대로 실패했고 보수정권이 정말로 강하게 하지도 못했다”며 “나는 MB(이명박 대통령)나 박대통령보다는 훨씬 강하게 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경제정책에 대해선 “재벌개혁과 양극화 해결”을 우선과제로 들었다. 그는 외교ㆍ안보에선 단호하고 강경하며 시장ㆍ기업에 대해서는 정의롭고, 복지ㆍ분배 정책에선 ‘따뜻한’ 보수주의를 지향한다.

그에게 이상적인 지도자상이나 정치사상적 뿌리라고 꼽을만한 인물이 있느냐고 물었다. 첫마디로 정약용을 들었다. “정약용의 실학이라는 것이 요즘같으면 중산층 서민을 위한 것”이라고 했다. 세계정치사에선 “개혁을 추진하고 실행한 보수정치인으로 롤모델이라 할만한 사람들이 많다”며 독일의 비스마르크, 영국의 처칠, 프랑스의 드골을 꼽았다. 영국인들이 자랑하는 무상의료시스템인 NHS(국민건강서비스)의 발전은 처칠의 보수당 정부가 이뤄낸 것이다. 유 의원은 “위대한 개혁정책은 모두 보수당이 이뤘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내에선 생소한 또 다른 한명의 이름을 댔다. 미국의 26대 대통령(1901~1909)인 시어도어 루즈벨트다. 러시모어에 조각된 미국 역대 대통령 4명의 얼굴 중 하나의 주인공이자, 제32대 대통령인 프랭클린 루즈벨트와는 먼 친척뻘인 인물이다. ‘초강대국 미국’의 기초를 세운 대통령으로 평가받는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삶은 유 의원의 정치경력 및 ‘보수론’과 여러모로 겹쳐 흥미롭다. 시어도어 루즈벨트는 금융업과 무역업으로 굉장한 부를 축적한 가문의 후손, 이른바 ‘금수저’였다. 해군장교로 참전했던 그는 국방전문가로서도 이름을 알렸으며, 정치경력은 공화당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한때 공화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지 않아 당으로부터는 상당 기간 ‘배신자’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는 철저한 보수주의자였지만 뉴욕주지사를 거쳐 대통령 재임시까지 줄곧 당시의 거대기업들과 싸웠다. 기업집단을 거느린 석유, 금융기업들의 ‘공적’이나 마찬가지였다. 탄광파업 때는 노동자 편에 서기도 했다. 외교에서는 각 지역 분쟁에 적극 개입해 미국의 이익과 영향력을 확대했다.

유 의원은 상속을 포함한 수십억의 재산과 선친인 유수호 전 의원의 후광 등으로 인해 중요한 정치행보마다 ‘금수저’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박근혜 대통령과의 대립으로 전 소속당인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과 일부 보수층으로부터는 ‘배신자’라는 비난도 감수했다. 그는 대북 강경노선을 견지하는 보수주의자이지만 경제전문가로서 그는 오랜동안 재벌 개혁과 전향적 분배 정책을 주장해왔다. 시어도어 루즈벨트의 정치인생 중 어떤 대목들이 유 의원의 ‘보수론’과 맞닿았는지 짐작할만하다.

이형석ㆍ유은수 기자/suk@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