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 이후 3년.
폐허가 된 재해지역은 서서히 제 모습을 갖춰가고 있지만 피폐해진 인간의 마음은 쉽게 아물지 않고 있다.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성인물 비디오(AV) 업계에 내몰린 여성 7인을 추적한 한 권의 책이 열도에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래도 그녀는 살아간다’(야마가와 도루 저·후타바샤 출판)는 동일본대지진 이후 AV배우가 된 여성 7인의 인터뷰를 담은 르포 형식의 논픽션이다.
이 책에 소개된 고미야(小宮·가명)는 지진 발생 당시 18살이었다. 4월 대학 입학을 앞두고 한껏 부풀어 있었지만 지진 발생으로 꽃같은 여대생의 꿈은 산산조각이 났다.
쓰나미로 집이 붕괴되고 아버지가 일자리를 잃자 고미야는 생계를 위해 AV배우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는 오디션 당일 직전까지도 “약속장소인 호텔에 갈지 말지를 망설였지만 생활을 지속하고 대학을 졸업하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돈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인 이타노 나쓰(板野奈津)는 “AV에 관심이 있었냐”는 질문에 “전혀”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당시 성경험이 없었고, 섹스에 관심은 있었지만 AV를 본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타노 씨는 “제1 동기는 돈이었다”며 “촬영현장에서 순결을 잃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이밖에 AV배우가 되는 것에 대해 먼저 어머니와 상담하고 면접에도 어머니와 함께 갔다는 여성도 있었다.
책에 등장하는 AV배우들은 “자신은 지진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지 않았기 때문에 ‘지진 피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AV배우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 ‘가족과 기업이 붕괴된 세계‘에서 탈락자가 된 일본인의 고된 현실을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서평에서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전후(戰後) 부흥을 이뤄냈지만, 한편으로는 복지를 가정과 기업에 맡김으로써 공적부담을 줄였다”며 “이 때문에 비상시 매우 허약한 사회를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어 “탈락자가 대량으로 쏟아졌고 탈락자들은 그것을 ‘자기책임’이라고 말하고 있다”면서 “이것이 현재를 사는 일본인 모두의 고통이고, (책에 등장하는) 7인의 여성들은 단적인 사례”이라고 꼬집었다.
이 책에 대한 일본 네티즌의 반응은 엇갈렸다. 한 네티즌은 “재해지역 여성의 절박함이 전해진다”는 평가한 반면 “그들의 심경과 처지를 이해할 수 있지만 납득하긴 힘들다”며 “다소 억지스럽다”는 반응을 보인 네티즌도 있었다.
/cheon@heraldcorp.com
<사진>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포르노 배우가 된 소녀들에 관한 책 ‘그래도 그녀는 살아간다’ 표지.
cheon@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