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정남을 암살한 혐의로 북한 여권을 소지한 남성이 체포되면서, 앞서 체포된 2명의 여성 용의자들과의 관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체포된 여성 용의자 2명이 이들이 본인들의 주장대로 정말 사기 피해자인지, 살인 청부업자인지, 김정남의 존재를 알고 범행을 저지른 암살범인지를 놓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누군가에게 속아 장난인줄 알고 범행에 가담했다고 이들이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행방은 석연찮은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 현지 매체 더스타 온라인에 따르면, 체포된 여성 2명이 지난 17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2청사에서 현장 검증을 통해 김정남 피습 범행 당시 상황을 재연하고 설명했다.

베트남 여권 소지자 도안 티 흐엉(29ㆍ여)과 인도네시아 국적 시티 아이샤(25ㆍ여)는 경찰 조사에서 김정남의 존재를 몰랐으며, 불상의 액체로 김정남의 얼굴을 덮친 뒤 근처 화장실로 재빨리 뛰어가 손을 씻고 현장을 떠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범행 후 신속하게 손을 씻는 모습은 증거를 인멸하려는 시도로 어느정도 ‘교육을 받은’ 부분이지 않냐는 지적이다. 공항 폐쇄회로(CC)TV에는 ‘LOL’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은 흐엉이 왼손에 짙은 색 장갑을 낀 채 택시 승차장으로 힘차게 걸어가는 모습도 찍혔다고 말레이시아 일간 뉴스트레이츠타임스는 전했다. 흐엉이 택시에 도착했을 때 장갑은 사라진 채였다.

홍콩 동망(on.cc) 등의 보도에 따르면 흐엉은 쿠알라룸푸르에서 호텔을 옮겨다니고 몸에 거액의 현금을 지니고 있었으며 사건 하루 전 스스로 머리를 자르는 등 공작원 같은 행세를 나타냈다고 전했다. 흐엉은 지난 11일 2성급 호텔인 ‘클래식 호텔’의 가장 싼 창문 없는 방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여직원의 기억으로는 흐엉은 잠깐 묵을 계획이라며 현금을 꺼내 요금을 지불했다.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낸 흐엉은 ‘시티뷰 호텔’에 체크인했다. 이 호텔 직원은‘도안 티 흐엉’이라는 이름의 베트남 국적 여성이 여행 가방과 대형 곰인형을 들고 배낭을 멘 채 투숙했던 것으로 묘사했다.

현지의 한 사설탐정은 “흐엉의 행동이 공작원처럼 보이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말하겠다”며 “통상 공작원들은 변장하고, 현금으로 지불하며 CCTV에 얼굴을 잘 드러내지 않고 사방으로 옮겨 다닌다”고 주장했다. 또 흐엉이 범행 이틀 후 현장에 다시 나타나 암살이 ‘장난’인줄 알았다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등 어설픈 행동을 보인 것도 주도면밀한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망에 따르면 경찰은 아직 김정남에게 뿌려진 독액과 흉기 등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