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재섭 기자] “이제 더 이상 개인투자자들을 ‘암흑의 우주를 유영(游泳)하는 미아’로 방치해선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증시에, 우리 자본시장에 미래는 없습니다.”

한국거래소 한 고위관계자의 소회(所懷)에 꾸밈이나 과장이 없다. 최근 서울 여의도 거래소에서 기자를 만난 그는 개인투자자를 ‘우주의 미아’라고 빗댔다. 코스피및 코스닥시장의 중소형주(스몰캡) 투자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에게 길잡이가 돼 줄 마땅한 전문가나 기업정보(리포트)가 없는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증시에서 추산하는 중소형주 개인투자자 수는 약 500만 명이다. 전체 투자자 수의 90% 이상이 개인일만큼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이유는 기관투자가나 외국인처럼 고가 대형주에 투자할만치 투자액수가 크지 않고, 상대적으로 기대수익률이 높은 투자성향과 무관치 않다.

그러나 중소형주 투자는 위험천만하다. 주가의 변동성이 큰 데다, 신뢰할만한 투자정보도 구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헤럴드경제가 최근 업계를 대표하는 10개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몰캡을 전담하는 투자분석가(애널리스트)는 증권사에 따라 많게는 7명, 적게는 1명이 있었으며 평균 인원이 3.5 명에 그쳤다.

코스피 및 코스닥 시장의 1951개 기업 가운데 중소형주 범주에 속하는 기업 수는 1800여개에 이른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각 증권사에서 애널리스트 3.5 명이 1800여개 기업 분석을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중소형주 가운데 일부는 대형주를 담당하는 업종(섹터) 애널리스트가 분석을 분담한다. 그래서 실제론 좀 다르지만, 그렇다손치더라도 스몰캡 애널리스트가 실제 커버해야 할 기업 수는 대략 1000여곳이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감당하기 벅찬 업무다. 그래서 증권사들은 기업보고서 발간 대상 스몰캡을 100여곳으로 한정했다. 이 때문에 약 800곳은 1년간 단 한차례도 리포트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것 역시 무리가 있나 보다. 이름 꽤나 알려진 코스닥 기업조차도 보고서가 없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의 기업보고서 발간 현황을 조사한 결과, 보고서가 없는 기업 수는 2014년 8곳에서 2015년 10곳으로 늘었다. 또 지난해엔 17곳으로 치솟았다. 결국 지난해 기준으로 보면 중소형주 약 1800곳 가운데 83곳(4.6%)만 투자정보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개인들은 정치테마주 등 불확실한 정보에 의존해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하고 있다.

보고서 양(量)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건 질(質)이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목표주가는 현 시세보다 평균 35%가량 높다. 시간이 흘러도 두 가격간 갭은 줄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증권사의 중소형주 목표가엔 35%의 거품이 끼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매출, 영업이익 전망도 빗나가기 일쑤다. 실적 발표일 직전까지 전망치를 30% 이상 벗어난 분석이 부지기수다. 엉터리 분석이란 비난을 들어도 싸다. 이럴 경우 최소한 빗나간 예측을 바로잡기 위한 시도라도 있어야 하는데, 일부 애널리스트는 이것도 외면해 철면피란 비판을 자초한다.

정보의 부재, 부실한 정보는 투자손실로 이어진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개인투자자가 지난해 개장일부터 폐장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상위 20개 종목의 평균 수익률은 -30.51%였다. 기관투자가들이 같은 기간 21.39%의 수익률을 올린 걸 감안하면 개인투자자들로선 땅을 칠 일이다.

혁신하지 않으면 역사는 반복된다. 더구나 개인은 점점 더 중소형주로 몰리고 있어 투자손실이 더 커질 위험에 빠졌다.

지난해 개인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덜한 코스피시장의 대형주와 중형주를 각각 9조300억원어치, 1조8200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코스피시장의 소형주와 코스닥 종목을 각각 6650억여원어치, 5조74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증시전문가는 “투자정보 제공이 원활치 못한 중소형주로의 투자 쏠림 현상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소형주 투자 정보의 양과 질을 높이지 않으면 개인들은 더 큰 투자손실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증시 전체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의 직접 거래대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67%다. 증시의 주인이, 자본시장의 주인이 아직 개인이라는 걸 확인시켜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개인은 여전히 증시의 ‘봉’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투자이익을 내는 동안 대다수 개인은 투자손실을 보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우리 증시와 자본시장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선 개인투자자들이 올바른 투자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이에 중소형주 투자시장의 문제를 꼬집는 기획기사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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