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가 변했는데도 명절엔 여성 부담만 -즐거운 명절 아닌 갈등의 명절되면 곤란 -며느리 굴레 벗게해주고 소통이 필요해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 주부 김모(39) 씨는 코앞의 설 명절을 앞두고 진작부터 ‘명절증후군’을 앓고 있다.
이혼하고 홀로 된 큰아주버님댁에 명절 차례를 지내고 제사를 지내러 가야 하지만, 과도한 가사 부담에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작은 과일가게를 하는 형님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음식을 안하려고 하니, 김 씨는 매번 나물과 고기, 떡, 국까지 다 준비해야 한다. 아이가 둘이나 있지만, 형님은 명절 음식을 혼자 다 준비하게 될까봐 명절을 앞두고 계속 전화를 하곤 한다.
#. 맞벌이 부부인 성 모(38)씨 역시 명절을 앞두고 두려움이 앞선다. 과도한 집안일을 떠맡아야 한다는 부담감때문이다. 아무리 해도 티가 안나는 집안일을 성 씨에게 다 떠맡긴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지 않다. 심신이 피로해지는 상황이 반가울 리가 없다. 세월이 변하고, 남자도 여자도 일을 하는데 명절만 되면 여자가 일을 도맡아 하는 분위기가 영 내키지 않는다.
성 씨는 “명절은 온 가족이 모처럼 만나는 즐거운 자리라고 하지만, 며느리나 아내에게 명절은 결코 좋은 날이 될 수 없다”며 “워킹맘의 경우 평소에도 집안일에 육아, 회사 일까지 신경 쓸 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명절에도 고된 일이 부여되니 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할 시간조차 없다”고 푸념했다.
가족과 함께 즐겁게 보내야 할 설 명절이지만, 한국의 명절은 특히 아내들에게는 정신적ㆍ육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통과의례가 된지 오래다. ‘명절 증후군’은 한국에서 명절을 보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인 현상을 말한다. 실제 병은 아니지만 심한 부담감과 피로감이라는 증상이 있다. 여성의 경우 명절에 필요한 음식 장만 및 뒷처리와 같은 가사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된다.
과도한 음식 장만과 설거지를 비롯한 가사노동과 함께 시댁과 처가에 가는 문제로 남편과 다툼을 하는 경우도 많다.
설 명절 당일 점심을 먹고 늦게 처가로 출발하면, 처가에 도착하는 시간은 밤이다. 새해 첫날부터 밥 한끼 같이 먹기도 힘들다. 당연히 아내들은 불만이 쌓이고, 남편 입장에서는 오랜만에 간 본가에서 오랜시간 지내지 못하니 아쉽다.
‘명절 이혼’이라는 신조어가 심심치 않게 들릴 만큼, 명절 직후에 갈라서는 부부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5년 간 이혼통계’를 보면, 명절 전후인 2~3월과 10~11월의 이혼 건수는 바로 직전 달보다 평균 11.5%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에 따르면, 2015년 설 연휴 다음 달이었던 3월 접수된 재판상 이혼 소송 접수 건수는 3539건으로 한달 전인 2월(2540건) 보다 39.3% 늘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추석 연휴가 있던 9월과 그 다음 달인 10월의 이혼 접수 건수는 3179건에서 3534건으로 늘어났다. 2014년 10월은 3625건, 2013년 3807건, 2012년 3761건으로 각각 전달인 9월보다 7.7%, 22.5%, 10.3% 증가한 이혼소송이 접수됐다.
이 같은 명절증후군의 근본적인 원인은 서로 간의 인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가부장적인 어른들은 며느리를 비롯한 여자가 각종 집안일을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는 요즘 똑같이 일을 하면서도 명절 음식 준비 등 과도한 집안일이 여성에게만 부여하니 며느리들은 이런 상황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구시대의 풍습이 답답하지만, 맞벌이 여성들은 직업과 크게 상관없이 ‘며느리’라는 굴레를 쉽게 벗어 던지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아내, 며느리에게만 집안일을 강요하고, 그러면서 즐거운 가족모임을 기대하느냐”는 김 씨의 푸념은 대한민국의 여성 모두가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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