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유통업체보다 쎈 ‘해외 명품’ -면세점ㆍ백화점 매출에 상당부분 차지 -“철수한다” 무력행사, 무리한 요구하기도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고작 매장 하나라뇨. 못 모셔가서 안달난 형국인데요.”

한국에서 명품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만큼 막강한 지위를 행사하고 있다. 단순히 브랜드 하나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백화점 하나ㆍ면세점 하나의 매출액을 좌지우지하는 수준으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대기업 위에 명품’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내 매장을 닫았다. 1991년 동화면세점에 입점했으니 26년만에 문을 닫게된 것이다. 루이비통이 철수한 데는 신규면세점들의 난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면세점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철수한 루이비통은 서울 내 신규면세점 등 가운데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 곳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015년 말부터 서울시내에는 신규면세점들이 추가로 오픈했고, 동화면세점은 수익성 악화 문제로 시달려 왔다. 동화면세점은 루이비통이 있던 자리를 시계 등 고급 귀금속들로 메꾸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에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디자인이나 입점 조건, 수익을 나눌 때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며 “명품 브랜드가 나간다고 해도 ‘제발 남아주십사’ 부탁만 하는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 8월 서울 시내 한 신규면세점에서 수입화장품 에스티로더는 입점 조건에 불만을 표시하며 에스티로더·클리니크ㆍ맥ㆍ바비브라운 등 11개 계열 브랜드 직원을 매장에서 철수시켰다. 에스티로더의 경쟁브랜드로 분류되는 샤넬 코스메틱이 해당 면세점에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입점한 데에 불만을 표시했다.

같은 달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도 샤넬 코스메틱과 동등한 입점 조건을 요구하며 비오템·입생로랑ㆍ슈에무라ㆍ키엘ㆍ랑콤ㆍ로레알 등 소속 6개 브랜드의 판매 사원들을 매장에서 뺐다.

면세점 업계에서 루이비통ㆍ샤넬ㆍ에르메스 3대 명품의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면세점의 주고객층인 중국인 관광객들이 이들 명품브랜드를 구입하기 위해 한국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3대명품이 있고 없고가 매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신규면세점들 사업의 성공 가능성을 명품브랜드의 유치 여부로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

백화점업계에서도 명품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수도권의 한 백화점은 최근 명품브랜드를 입점하는 조건으로 업체가 가져가는 수익률을 0%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장에서 나는 수익을 명품 브랜드가 모두 가져가게 한 것이다. 해당 백화점은 명품을 사러 온 사람들이 백화점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매출을 얻을 수 있기에 이런 결정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최근들어서는 많은 중국인들이 찾는 아모레와 후 등 국내 화장품 브랜드도 유통업계에 행사하는 입김이 강해졌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모레와 후는 국내 화장품 브랜드지만 너무 잘팔리기 때문에 차지하는 영향력이 강해졌다”며 “매장을 오픈하기 위해서 이들 제조업체의 눈치를 보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