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전략 재확인에 언론 ‘뭇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역풍을 맞고 있다. 오는 2016년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군을 완전 철수시키겠다는 그의 발언이 지난 2008년 대선 출마 당시 공약을 뒤집은 것이란 비난이 고조되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뉴욕 웨스트포인트 육군사관학교 졸업식에 참석해 “국제 문제에서 군사력에 의존하는 것은 순진하고 지속 가능하지 않은 전략”이라면서 아프가니스탄 등에서의 오랜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올 연말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공식 종료하고 9800명의 병력을 잔류시킨 뒤, 2016년 말 완전 철수하겠다”는 ‘출구전략’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설에서 웨스트포인트 연설이 자신의 공약들을 파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규정하고 “전쟁을 종식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은 동기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 처음 출마하면서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면서 “아프간에서 소련군이 철수한 뒤 미국이 등을 돌린 것과 같은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1989년 소련 철군 뒤 사실상 미국의 방치로 치안 공백에 빠진 아프간에서 탈레반 세력이 급속 성장한 사실을 상기시킨 말이다.

WSJ은 “오바마 대통령이 아프간에서의 실수를 그대로 반복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병력 수준보다 중요한 것은 지속적인 미국의 헌신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60년 간 한국에서 또는 냉전 기간 독일에서 보여준 것처럼 미군 주둔을 계속함으로써 미국이 동맹국의 공격에 저항할 것이란 신호를 적들에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철군 시한 설정으로 탈레반이 스스로 옳다고 생각할 여지를 줬다”고 몰아세웠다.

워싱턴포스트(WP)도 “피할 수 없는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재임기간 나온 중요한 교훈들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이라고 질타했다.

‘다자적 개입주의’로 대표되는 신(新) 대외정책 구상도 거센 비난에 부딪히고 있다. 군사력 대신 국제사회의 협력을 우선하겠다는 ‘오바마 독트린’은 비현실적인 외교적 수사에 불과할 뿐 아니라, ‘말바꾸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다.

미국 시사주간 타임은 “아시아ㆍ태평양부터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미국의 안보보장 역량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동맹국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했다”면서 “주변국에 위협을 주고 있는 중국, 러시아, 이란 등에 대한 레드라인을 상기시키는 것은 모두 피했다”고 일침을 놨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도 사설을 통해 이번 연설에서 “(남중국해에서) 배짱을 부리고 있는 중국이나 ‘신제국주의’적인 러시아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었다”면서 “미국의 국제적 역할에 대한 그의 의지에 의문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독트린(원칙) 없는 독트린”이라고 비꼬았으며, 영국 일간 가디언도 “외교 정책이 아니라 외교적 ‘퍼즐’(수수께끼)만 남긴 연설”이었다고 힐난하는 등 주요 언론들은 ‘알맹이 없는’ 이번 연설에 대한 냉소를 보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