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의 뿔은 번식을 앞두고 하루 2㎝씩 자란다. 번식기가 가까워지면 뿔의 성장은 절정에 달하고 수태에 이르면 마침내 뿔도 떨어진다. 삶이 만개한 순간 죽음이 찾아온다는 역설. 수많은 가지를 뻗은 나무일수록 쇠락이 머지 않았다는 사실과도 맞닿아 있다.
김명범(39)이 ‘SEESAW’라는 타이틀로 개인전을 갖는다. 삶과 죽음, 융성과 쇠퇴 등 양가적인 것을 이분화하지 않고 순환하는 에너지로 형상화 한 작품들을 주로 선보여 온 작가다. 어렸을 때 동물원 가는 것을 좋아했다는 작가는 볼 때마다 뿔이 자라있는 사슴이 동물일까 식물일까 늘 궁금했다고 한다. 작가는 사슴 뿔에 캘리포니아산 만자니타 나무를 연장해 사슴과 나무, 동물과 식물을 하나의 생명체로 탄생시켰다.
지난 전시때 살아있는 사슴을 박제했던 것에 반해 이번엔 사슴의 머리 뼈를 이용해 죽음의 이미지를 더욱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내일은 죽음이 기다리고 있으니, 오늘이 바로 생애 가장 화려한 날이다.
전시는 6월 21일까지 팔판동 갤러리인에서 볼 수 있다.
김아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