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 세르비아 수교 25주년 기념 ‘국립발레단 갈라 공연’ 현장을 가다
세르비아 120년만에 최악의 홍수 차분한 분위기 속 공연 열려 우아한 몸짓 · 고난도 테크닉 숨죽인 관객들 박수·함성 터져 공연 끝나자 카메라 세례도 강수진 단장 “큰 힘 됐으면…”
지난 22일(현지시간) 오후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 국립극장에서 한국ㆍ세르비아 수교 25주년을 기념해 국립발레단의 갈라 공연이 선보였다.
이달 중순 세르비아에서 120년만에 최악의 홍수가 발생해 전국적으로 비상사태가 선포된 상황이라 공연은 차분한 분위기로 시작됐다. 하지만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이 우아한 몸짓과 고난도 테크닉을 본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로 공연장은 금새 달아올랐다.
이날 공연의 무대 배경은 화려한 소품 대신 흰색천과 십자가 하나에 불과했다. 음악도 오케스트라 반주없이 MR(녹음된 음악)이 준비됐다. 500석 규모의 극장을 가득메운 관객들이 홍수 희생자에 대한 애도의 의미로 묵념을 한 이후 첫 프로그램인 ‘돈키호테’ 그랑파드되(2인무)가 시작됐다.
국립발레단의 박예은이 32회 연속회전(푸에테)을 성공하고 김윤식이 파워풀한 점프를 선보이자 객석에서는 ‘브라보’와 함께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2층 객석 난간에서 손으로 턱을 괴고 유심히 무대를 지켜보던 강수진 국립발레단장도 아낌없이 박수를 보냈다.
이어 이은원과 김현웅이 ‘홀베르그’ 파드되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슈투트가르트발레단이 세계에서 초연한 작품으로 강수진 단장이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수석무용수로서 공연하기도 했다.
이어 ‘왕자호동’에서 남성 무용수들의 절도있는 군무와 ‘지젤’ 2막에서 여성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군무 등이 펼쳐쳤다. 관객들은 기침소리도 내지 않고 숨죽인채 무용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봤고, 동작이 끝날 때마다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공연에 참여한 모든 무용수들이 나와 인사를 하는 커튼콜은 없었지만 마지막 프로그램인 지젤이 끝나자 관객들의 핸드폰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이어졌다.
이은원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공연 전 홍수 피해에 따른 애도의 의미로 관객들의 박수가 없을 것이라고 들었는데 박수를 많이 쳐 주셔서 놀랐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발칸반도의 중심지인 세르비아는 한국처럼 전쟁을 많이 겪었지만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은 나라다.
이날 공연이 열린 베오그라드 국립극장은 1868년에 건립됐으며, 유고슬라비아 내전 중에서도 공연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홍수의 경우 수십명의 사망자와 3만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피해가 커 21~23일 세르비아 전역의 공연이 취소됐다. 하지만 국립발레단 공연은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예정대로 진행됐고, 이비차 다시치 세르비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를 비롯 각국 대사 등이 참여했다. 국영방송 RTS1이 강 단장을 인터뷰하는 등 현지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평소 1년에 5번 정도 발레 공연을 본다는 관객 니콜라 셰아토비치는 “국립발레단의 테크닉이 뛰어나다”며 “모든 프로그램이 좋았지만 특히 ‘왕자호동’이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세르비아 국영 탄유그통신 기자였던 보리슬라브 코르코델로비치도 “솔리스트들의 실력이 출중했고 단원들의 호흡이 조화로웠다”며 “한국이 경제적으로만 발전한 줄 알았는데 문화적으로 이정도 수준을 갖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베오그라드 국립극장은 22일과 23일 국립발레단의 공연 수익금 전부를 홍수 피해자를 위해 기부했다.
올초 취임 이후 첫 해외 공연을 이끈 강 단장은 “전반적으로 단원들의 기량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이었다”며 “슬프고 안타까운 재해가 발생했지만 기부금을 통해 이재민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되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베오그라드(세르비아)=신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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