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아픔 가시기도 전에…연이은 대형사고에 시민들 분통

세월호 이후 사고만 10여건 ‘비극의 5월’ 사회적 약자들 희생 사회안전망 붕괴탓…말뿐인 안전…“정부·조직 곪은데 터졌다”

‘비극의 5월’이 이어지고 있다. 무려 280여명의 꽃다운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사고의 여파가 가시기도 전에 전국 곳곳에서 대형화재 등 연이은 참사가 발생, 시민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언제나 사고의 희생양은 노인과 약자들, 이들을 구하려던 의인들이다. 안전 사각지대에 대한 국가 전체의 관심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일부 시민들은 “도대체 무서워서 못살겠다. 나라 꼴이 이게 뭔가”라고 분노하고 있다.

28일 전남 장성군 삼계면의 요양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역시 ‘예고된 인재’였다. 이날 0시 27분께 별관 2층 맨 끝방에서 시작한 불은 천장과 방을 모두 태우고 6분만에 초기 진압됐지만 병실에 퍼진 유독가스 때문에 21명(오전 9시 현재)의 사망자를 낳았다. 사고 현장에 34명의 환자를 당직 간호사 1명만이 지키고 있었고, 간호사는 놀랄만한 희생정신을 보여줬지만 구조적인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는 지적이다.

공하성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번에 초기진화는 잘 됐는데, 대피가 아쉬웠다”며 “요양병원의 단점이 거동이 불편하신 분들이 많아서 도움을 받지 않으면 일반인들보다는 대피가 어렵다는 것인데, 야간 근무인원 1명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고 했다. 그는 “소방법상 (요양병원 등 취약시설에)몇 명 이상 근무해야 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나 안전 당국은 안전, 안전을 외치고 있지만 크고 작은 재난사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같은 실정을 반영한다는 게중론이다. 실제 세월호 이후 굵직한 재난사건은 10여건에 달하고 있다.

도미노성 안전사고가 일어나면서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안타까워하는 한편 “안전지대가 없다”고 불안해하는 상황이다.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는 정광철(46) 씨는 “최근 고양시에서 발생한 버스터미널 사고를 보고 이제는 다음 사고는 어디서 발생할까하는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데다, 내가 살고 있는 집조차 위험한 건 아닌가 두렵다”며 “이렇게 계속 긴장상태로 살아야 하는 게 맞는건지 의문이 든다”고 했다. 또 “비슷한 사고가 계속 나는 것을 보면 이제 정부에서도 해결할 수 있는 선을 넘겨버린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누리꾼 김모(35) 씨는 “사회 시스템이 놓치는 부분에서 노약자, 청소년들이 먼저 희생되는 일이 계속 발생해 안타깝고, 가족과 친지의 안부를 더욱 진지하게 묻게 된다”고 했다.

일부 시민들은 사회적 약자가 희생되는 인재가 거듭되는 상황에 분노하며 정부와 조직 전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수현(38) 씨는 “자기 자리에서 할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아니라 관료와 윗사람의 눈치만 보는 사회분위기가 이런 인재를 계속 만들고 있다”며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수많은 선량한 시민들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 정부고위층부터 부정부패하니 할 일만하는 사람들이 손해보고 문제 해결이 안되는 듯하다”고 했다.

경기도 판교에서 근무하는 김모(34) 씨 역시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는 대형 인명사고에 슬픔을 넘어 무기력감마저 느낀다”며 “공공영역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들의 희생을 보면 한국사회의 만연한 문제들이 곪아터져 더 변할 게 없어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반복해서 안전교육 강화와 안전불감증 타파를 위한 시민의식 고양을 요구하고 있다. 황윤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교수는 “예산배정시 안전은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공무원도 순환보직 과정에서 안전은 잠시 머물렀다 가는 한직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제도적 장치가 미비했고 지탱과정에서 부정비리 등이 있으니 당연히 분노의 화살이 정부로 쏠리고 있다”며 “인재방지를 위해 안전교육이 학교 현장에서부터 이뤄져야하고, 국민성의 개선, 시민의식 함양이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했다.

서지혜ㆍ손수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