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송년 회식문화도 ‘변화 바람’

-고급 한정식ㆍ레스토랑 송년회 옛말

-저녁 술자리 대신 간소한 점심으로

-접대문화 사라지고 더치페이 확산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예년 같은면 최고급 한정식이나 레스토랑에서 저녁 송년회를 했죠. 이번엔 간단하게 점심이나 먹었습니다.”

외교부 소속 7급 공무원 A 씨의 말이다.

지난해 9월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이후 공무원들이 ‘식사비는 3만원 이하’ 규정이 만들어졌다. 이는 공무원 사이 큰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A 씨는 “그동안 연말 송년회를 코스요리나 고급 레스토랑에서 저녁에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는 대부분의 부서가 점심회식으로 송년회를 대체했다”고 달라진 회식문화를 강조했다.

불필요한 접대와 비용이 줄어든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었다. A 씨는 “지난 9월 국정감사 당시 국회의원들이 외교부에 방문했다. 원래 의원들이 방문하면 외부에서 식사를 대접했지만, 김영란법 적용으로 외교부 내 1층 식당에서 의원들이 각자 계산해 식사를 하게 됐다”고 했다.

실제 당시 국감 당시 의원들은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 내 식당서 갈비탕에 계란찜, 생선구이, 멸치볶음, 오이지 등 외교부 일반 직원들과 같은 메뉴로 식사를 했다. 가격은 1인당 1만 원. 의원들이 통상 피감기관으로부터 오찬 대접을 받던 관행에서 벗어나 더치페이를 한 것이다.

다소 불편할 때도 있었다. A 씨는 “퇴직하신 외교부 대사님이 오시는 자리인데도 3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는게 난감했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해야할 때 식사 자리와 메뉴 선정에 고심이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김영란법 시행 이후 2차, 3차로 이어지던 술자리에서 간소해진 만남을 갖는 풍토로 바뀌었다. 공무원 등 관련 법 적용 대상자들은 저녁 술자리 대신 점심을 먹자는 제안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고급 식당가는 울상이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의 지난해 11월 자료에 따르면 전국 709개 외식업 운영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84.1%는 지난해 12월에 비해 매출이 감소했고, 과반수의 식당(48.6%)에서 고객의 더치페이 결제가 늘었다고 답했다.

‘접대 문화’호황을 누리던 고급 식당들은 메뉴 변경과 폐업이 잇따랐다. 매출 부진은 공공기관과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지역일수록 정도가 심했다.

정ㆍ재계 인사의 단골집이던 수송동 한정식집 ‘유정’은 지난 7월 리모델링하고 베트남 쌀국수집으로 재개장했다. 신문로2가 고급 한정식가게 ‘두마’는 같은 시기 문을 닫았다. 공무원, 의사, 기업인이 단골이던 20년된 청담동 ‘아오야마’도 40년 역사를 자랑하던 서소문의 고깃집 ‘남강’도 김영란법의 직격탄을 맞고 셔터를 내려야 했다.

종로구 원서동 한 고급 한식당의 경우에는 김영란법 시행이후 ‘3만원 코스’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이 늘었다고 답했다.

김영란법 100일, 외식업계에는 안타까운 현실이 들이닥쳤지만, 짧은시간 동안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어려워졌다면 그만큼 공무원들의 접대문화 등 버려져야 할 구습이 사라지고 있다는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