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가금류 피해 2200만 마리 넘어서
-계란은 하루에 1210만개씩 부족한 상황
-영세 자영업자들 “물량 부족 너무 힘들어요” 아우성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어제까지만 해도 계란을 두개 넣어줬는데….”
푸짐한 양으로 정평이 나 있는 서울 대학가의 한 라면집은 라면에 넣어주던 계란을 최근 두개에서 하나로 줄였다. 가격이 비싼건 둘째 치더라도, 도매와 소매 매장 어디를 가든 계란을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라면집은 얼마전부터 계란대신 돼지고기를 이용한 다른 고명을 추가해서 손님들의 불만을 달래고 있다. 라면집 사장은 “내가 손해를 보는 건 괜찮은데 최근에는 계란 물량 자체를 구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손님들이 계란을 뺀다고 불평할까봐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여파로 시중에서 계란이 귀해지면서 서민과 영세업자들의 피해는 점차 커지고 있다.
23일 관런업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살처분된 가금류 개체수는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전국 231개 농가에서 22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여기에 24농가 209만9000만 마리가 추가로 살처분될 예정이라, 전국적으로 도살된 산란계 숫자는 2231만8000마리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축종별로는 닭이 1731만2000마리로 가장 많다. 이중 산란계는 1532만4000마리로 전체 사육 농가대비 21.9% 수준이다.
산란계 한 마리가 한해 생산하는 계란은 평균 290개 수준이다. 산란계 한 마리당 하루 0.79개의 계란을 생산한다. 지금까지 소실된 계란 수는 고려하지 않더라도, 오늘부터 당장 식탁에서 1210만5900개(21일까지 도살 처분된 산란계 개체수 기준)의 계란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동네 빵집들은 계란을 구하지 못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급격히 뛴 계란값 때문에 ‘어떻게 빵을 만들까’ 걱정인데, “조만간 빵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은 매장에 몰리고 있다. 빵을 만들어두면 금세 물량이 나간다고 한다. 장사는 잘 되지만 수익으론 연결되지 않고 있다. 일부 품목은 제품 하나당 계란이 2~3개씩 들어가기 때문에 마진을 거의 남기지 못하고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한 빵집 주인은 “판매량이 최근 10~20%는 상승했다”면서도 “계란이 2배 가까이 뛰어서 수입은 그대로다. 빵 가격을 조만간 올릴 것 같다”고 했다.
피해는 대기업에도 미치고 있다. 한 대기업 제빵회사는 최근 카스텔라, 미니롤, 머핀류 등 계란이 많이 들어가는 19개 품목 상품의 생산을 중단했다. 일선 매장에서는 고객들이 빵을 찾아도 이들 제품을 판매할 수가 없다.
일부 SSM과 편의점에서는 판매되던 빵 가격은 20%이상 상승했고, 대형마트도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인당 구매가 가능한 계란을 1판(30알)으로 제한했다. 일부 대형마트는 계란 수급이 평소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고 있다. 주택가 인근 대형마트에서는 텅 비어있는 일판란 매대를 보는 것이 흔한 일이 됐다.
이에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평소에 비해 많은 물량을 매대에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20일께부터 오후 4시만 되면 물량이 떨어지고 있다”며 “1인 1판으로 계란을 제한하는 등 수급을 원활하게 하려고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