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버트 테일러 손녀 제니퍼 L. 테일러 주인공

-서울역사박물관에 451점 앨범 등 자료 기증

-딜쿠샤ㆍ테일러 가문 자료…역사적 가치 높아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기쁨, 희망의 궁전, 행복한 마음….’

서울 종로구 행촌동 내 ‘귀신 나오는 집’으로 통하던 빨간 벽돌집의 옛 이름이다. 힌두어로 ‘이상향’을 뜻하기도 하는 서양식 가옥 딜쿠샤는 1923년 일제강점기 시절 미국인 앨버트 테일러가 살던 곳이었다. 그는 1919년 3ㆍ1운동 독립선언서를 외신에 최초 보도하는 등 항일 독립운동을 도운 기자이자 사업가였다. 이후 독립운동을 지속 조력하다 1942년 조선 총독부의 외국인 추방령에 따라 미국으로 추방됐다.

남겨진 딜쿠샤는 훼손된 채 오랜기간 방치되어 왔다. 쪽방촌 형태로 15~20여가구가 점유해 살기도 했다. 이에 서울시는 문화재청 등과 업무협약을 맺고 딜쿠샤 문화유산 복원사업에 합의했다. 복원을 위해 과거 사진 앨범 등 자료들이 필요했다. 이 같은 상황에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가 손길을 내밀었다.

서울역사박물관(관장 송인호)은 최근 앨버트 테일러의 손녀 제니퍼 L. 테일러에게 딜쿠샤 관련 자료 451점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서울시가 이번 기증받은 물품은 제니퍼 테일러의 조부모 알버트 테일러와 메리 테일러, 또 그녀의 부모인 부루스 테일러와 조이스 핍스 테일러 등의 유품과 딜쿠샤 관련 자료들이다.

그 중 일제강점기 당시 딜쿠샤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딜쿠샤 내부 사진앨범’이 시선을 끈다. 1923년 딜쿠샤 안 거실과 침실, 주방, 서재 등 모습을 생생히 살펴볼 수 있다. 테일러 부부가 사용한 가구와 장신구 등 당시 생활 모습도 드러난다. 사진들은 메리 테일러가 딜쿠샤에 살고 있을 때 촬영한 사진들로 추정된다.

앨버트 테일러가 한국에서 금광에 관련하여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 수 있는 자료도 주목받고 있다. ‘음첨골’ 사진 앨범에는 1930년대 앨버트 테일러가 강원도 세포군 삼방리에 있는 금광을 경영하던 시절 금광시설, 금 채취 과정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메리 테일러가 쓴 ‘호박 목걸이’도 가치 있는 물품으로 평가받는다. 1917~1942년 테일러 부부가 딜쿠샤에서 서울살이를 한 내용이 중심되는 자서전이다.

책은 메리 테일러가 앨버트 테일러에게 받은 결혼 선물 호박목걸이를 소재로 펼쳐진다. 특히 초고에는 당시 서울 민속신앙, 금강산 유람 등을 보고 느낀 그녀의 생각과 프리츠 크라이슬러 등 만난 사람들에 대한 내용도 담겨 있어 상징성이 큰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 브루스 테일러의 아내 조이스 핍스 테일러의 서울 생활 당시 곳곳을 찍은 사진이 담겨있는 앨범, 자서전 ‘호박 목걸이’ 속 등장하는 각종 은공예품 등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울시는 앨범들을 현 딜쿠샤를 일제강점기 당시 모습을 복원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한다. 음첨골 등은 앨버트 테일러의 금광산업에 대한 발자취 추적에 활용할 예정이다. 메리 테일러, 조이스 핍스 테일러가 남긴 물품도 1930년대 서울 모습을 연구하는 데에 참고할 계획이다.

제니퍼 테일러는 앞서 올해 2월 방한하여 자료 57점을 기증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공예 167점과 아카이브 148점, 회화 79점 등 딜쿠샤 관련 물품 508점이 서울시 소유로 들어왔다.

제니퍼 테일러는 “이번 자료들이 딜쿠샤 복원과 서울역사박물관 딜쿠샤 기획전시에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송인호 서울역사박물관장은 “기증받은 딜쿠샤 관련 자료들은 연구 자료로 가치가 높다”며 “2018년 딜쿠샤 관련 기획전시를 열고 2019년 딜쿠샤 복원이 이뤄지면 기증받은 자료를 가옥 내부에 전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