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분당이냐, 청산이냐. 새누리당이 운명의 날을 맞이했다. 친박(親박근혜)계 단일후보인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로 선출되면 비박(非박근혜)계의 당 청산 명분과 동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20~30명으로 추정되는 중립성향 의원이 ‘혁신’보다 ‘안정’을 택했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당내 권력 지형도가 90(친박)대 40(비박)으로 굳어지는 셈이다. 반면, 비박계 단일후보인 나경원 의원이 승리하면 이후 비상대책위원회 수립을 통한 당 해산 작업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이주영 의원ㆍ정진석 전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중도모임 세력은 “당 분열을 막기 위한 원내대표 경선 연기 및 추대”를 밀어붙이고 나섰다.
정 전 원내대표는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도모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일사천리로 (정 의원과 나 의원) 두 사람 중 한 명을 원내대표로 뽑으면 ‘친박이냐, 비박이냐’ 하는 그 이후의 사태가 걱정된다”며 “중도모임은 어찌 됐든 분열을 피하고 당을 통합으로 이끌겠다는 취지”라고 했다. 중도모임의 좌장격인 이 의원도 “(원내대표 경선 전)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통해 논의 내용을 이야기하려 한다”며 사실상 ‘원내대표 추대론’ 재추진 의지를 밝혔다. 앞서 중도모임은 “친박계 주도 ‘혁신과 통합 보수연합’, 비박계 주도 ‘비상시국위원회’를 모두 해체하고, 원내대표를 합의ㆍ추대해 당이 화합할 계기로 만들자”고 강하게 주장한 바 있다.
결국 중도모임의 추대론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박계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됐지만,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가지고 있는 ‘위기감’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친박이 당권을 잡든, 비박이 승리하든 분당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비박계는 “당을 청산하고 모든 재산을 국고에 헌납, 새롭게 태어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심리 종결까지 기반을 지키며 지지율 반등을 노리려는 친박계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다. 친박계 이정현 대표가 사무처 당직자 파업 등 잇단 잡음에도 21일 사퇴 의사를 굽히지 않는 것도 원내대표 선출 이후 친박 비대위원장 옹립 등 ‘후속 계획’ 실행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박계로서는 원내대표 자리를 친박계에 내주면 탈당이 불가피하다. 비박계 일각에서는 ‘경선 패배 시에는 비대위원장 인선 투쟁에 나서자’는 이야기도 나오지만, 이미 세력의 차이가 드러난 마당에 2차전은 명분도, 실리도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다. 김무성 전 대표가 최근 탈당 및 신당 창당 의지를 공개한 것도 관건이다. 당초 탈당에 부정적이었던 유승민 의원 역시 “원내대표 선출 결과를 보고 탈당 여부를 결심하겠다”고 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이 공동으로 탈당 대오를 만들면 예상보다 파급력이 커질 수 있다. 비박계의 당권 접수 시에는 친박 핵심 일부가 재창당 과정에서 축출돼 대구ㆍ경북(TK) 지역을 기반으로 한 정당을 만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