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의 문학을 철저히 파괴하며 만인의 문학이 될 수 있게’

1972년 10월 유신이 선포된 바로 그 때, 문단에는 문학의 본성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우상의 파괴’자 이어령 교수가 순수문예지 ‘문학사상’을 창간한 것이다. 이 때 창간호 표지를 장식한 인물은 시인 이상이었다. 붉게 타들어가는 파이프에 모자를 가볍게 올려 쓴 마른 얼굴의 눈 큰 이상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화가이자 절친인 구본웅이 1935년에 그린 이상의 초상화다. 이상은 문학인 이어령과 문학사상의 중심이다. 이상의 모더니즘, 혁명성, 개방성, 대중성까지 이상은 문학사상이 담고자 하는 문학의 모든 것이었다. 사조나 시류에 끌려다니지 않고 열린 문학을 추구하는 당초의 의도를 문학사상은 지난 40여년간 그런대로 감당해왔다. 참여문학이 대세를 이룬 이념의 시대인 80년대를 지나며, 문학사상은 위축됐지만 꿋꿋이 제 길을 걸어오며 문단의 자궁역할을 해왔다. 소설가 강석경, 김병총, 양귀자, 김한길, 김형경, 이순원, 윤대녕, 시인 정끝별,고찬규, 박정대 등이 문학사상을 통해 나왔고 세상과 소통했다.

문학사상이 26일 발간한 6월호로 지령 500호째를 맞았다.순수문예 월간지로 이만큼 버텨온 것 자체가 간단치 않다. 이번 6월호에는 창간 후 13년간 문학사상의 주간 역할을 맡은 이어령 교수의 저작 다시 읽기 기획특집이 마련됐다. 문학사상이 잉태된 곳으로 돌아가기다. 문학이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마당을 제공해온 문학사상이 경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비단 문학사상만의 얘기는 아니지만 안타깝다. 정기 구독회원을 확보하는게 관건이지만 오히려 주는 처지다. 2001년 1년치 정기구독료를 보니 35% 할인값이 6만 5000원이었다. 2009년 구독료 인상으로 1년치 할인가는 8만5000원, 이는 2014년 지금도 동일하다.

이윤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