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의 대부분 기업들은 전공 관련 시험대신에 적성시험, 자기소개서 및 면접평가 등의 평가과정을 거쳐서 신입사원을 선발하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과거에 비하여 학생들은 전공수업 대신에 학점 잘 받을 수 있는 과목을 중심으로 수강신청을 하고, 영어를 중심으로 한 스펙 쌓기에 여념이 없다. 졸업을 연기하다 못해, 졸업한 이후에도 취업 재수 및 삼수를 하는 졸업생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왜 기업들은 채용전형에서 과거의 전공 필기시험을 포기한 것일까?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 중 분명한 한 가지는 채용된 신입사원의 전공 필기시험 점수와 기업 근무성과와의 상관관계가 낮기 때문일 것이다. 대학교수가 되기 전 기업체에 비교적 오래 근무한 필자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많은 대학의 교과과정은 기업성과에 직접적인 기여를 하지 못한다. 결국은 대학에서 배운 내용은 기업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고 있으며, 기업은 신입사원의 사내교육에 추가적으로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대학교육을 실현하기 위하여 공학인증, 경영학인증, 건축학인증, 등의 다양한 인증제도를 실시하고 있으나, 인증기준의 설정 주체가 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그 실효성이 높지 않다.
최근 중소기업청 인력개발과 주관으로 중소기업 인력양성사업의 발전적 모델과 정책개발을 위한 해외 정책연수가 스위스의 SFIVET(스위스 직업교육개발원)에서 있었다. 스위스에서의 직무 관련 교육과정은 분야별로 표준화 되어 있으며, 표준화는 통상 3년 정도의 체계적인 준비단계를 거쳐 결정되고, 표준화 비용을 정부와 기업이 40%와 60%로 분담하고 그 효율성에 대한 과학적인 분석과 개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국내에서도 정부와 기업의 공동 출자형 교육모형이 있는데, 중소기업의 인력양성과 유입 촉진을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된 중소기업 계약학과이다. 이는 중소기업의 특성을 고려한 교육과정을 채택하고 실무중심의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다. 이는 교육자(교수) 중심의 교육체계에서 수요자(기업체) 중심의 교육체계로의 변신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있는 진전이다.
전국 고교 졸업생의 약 85%가 진학하고 있는 대학, 국내 대부분 대학의 가장 중요한 성과지표가 취업률인 대한민국 대학교육의 현실, 따라서 우리나라의 대학교육도 분야별로 수요자 중심의 표준화가 필요하며, 표준 교육과정 개발에 기업이 재정지원을 하고, 배출되는 졸업생을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갖춘다면 기업이 행복해하고, 그 행복은 산업과 국가의 경쟁력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는 지역 인재의 지역 사회 유치라는 국토 균형 발전적 차원에서도 스위스보다 우리나라가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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