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글로벌 경기침체와 전세계 중산층의 몰락으로 지구촌이 민족주의ㆍ국가주의에 빠져들고 있다. 인종차별 문제가 고개를 드는 것도 크게는 민족주의가 그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영국에서 진행된 인종 차별 관련 조사에서는 인종 편견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전보다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종종 인터넷 댓글을 통해 필리핀 출신 여성 의원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비하발언을 목격하기도 한다. 미국프로농구(NBA) 로스앤젤레스 클리퍼스의 전 구단주인 도널드 스털링은 영구 제명되긴 했으나 인종 차별 발언으로 크게 논란이 됐다.
인종과 관련한 문제는 더 넓게는 아랍의 민족주의부터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집단자위권 발언 인도의 경제 부흥까지 국가적인 차원으로 번지고 있다.
영국의 국가사회연구센터(NatCen)가 매년 시행하는 영국인사회행동(BSA) 조사에서 지난해 인종 편견이 존재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30%에 이르면서 20년 전 상태로 다시 되돌아갔다고 진단했다. 이는 전년도 25%보다 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대도시와 멀리 떨어질수록 이같은 현상은 더욱 크게 나타났다. 런던 시내에서는 2000년 33%에서 지난해 13%로 크게 줄었으나 스코틀랜드, 웨일스 등은 각각 28%, 34%로 14%포인트 증가했다.
이번 조사와 관련,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영국인들의 인종 차별에 대한 인식 수준이 특정 사건에 따라 변화를 보였다고 2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실제로 9ㆍ11테러 이듬해인 2002년 30% 이상으로 급등했다. ‘테러에 대한 공포’ 때문이다. 이후 2003년 이라크전, 2008년 금융위기를 통해 사회ㆍ정치ㆍ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영국은 인종차별에 대해 꾸준히 높은 인식 수준을 유지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은 이런 인식을 반전시키는 사건이었다. 2011년 38%에 달했던 인종차별 인식 수준은 ‘올림픽 효과’ 덕분에 2012년엔 25%로 줄어들었다.
트레버 필립스 전 인종평등위원회 및 인권위원회 의장은 “인종적 적개심이 만연했던 시기를 지내왔지만 아직도 인종적 차이에 대한 극심한 불편함이 남아있는 상태에 있다”고 분석했다.
인종에 기반한 우월성 논쟁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로 발전하고 있다.
1947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인도는 최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신임 총리가 부임하며 민족주의가 다시 대두되기 시작했다. 인도와 인도인의 영광을 내세우며 ‘강한 인도’의 이미지를 강조했다.
대통령 선거가 한창인 이집트의 유력 대선후보 압델 파타 엘 시시도 대표적인 민족주의자다. 러시아는 크림반도 합병 과정에서 크림반도 내 러시아인 보호를 명분으로 내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