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태블릿PC, 안종범 노트, 정호성 녹음파일

-정호성, 崔에 이메일로 문건 보내고 ‘보고 문자’까지

-지지부진한 초기 수사…결정적 증거로 일부 만회

[헤럴드경제=김현일 기자] 검찰은 ‘최순실 게이트’ 수사 초반 지지부지한 자세로 일관해 비난을 받았다. 증거인멸과 관련자들 간의 입맞추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검찰은 압수수색이나 소환 조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최순실(60ㆍ구속기소) 씨의 태블릿 PC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비롯한 대량의 청와대 문건이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검찰 분위기도 급변한다. 10월 27일에서야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을 수장으로 하는 별도의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본격 수사에 나섰다.

태블릿 PC는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최 씨의 국정개입 사실을 입증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11일 오후 ‘최순실 게이트’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태블릿 PC에 50건의 문건이 들어 있었고 그 중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되는 문서는 3건”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됐던 태블릿 PC 사용자도 최 씨가 맞다고 결론내렸다.

검찰 조사 결과 최 씨가 2012년 7월과 2013년 7월, 두 차례 독일을 갔던 당시 태블릿 PC에는 국제전화 로밍과 해외 영사관 콜센터를 안내하는 문자가 수신돼 저장돼 있었다. 이는 최 씨가 해외 휴가 시에도 계속 소지했음을 증명하는 증거가 됐다. 검찰은 최 씨가 독일 체류 중 태블릿 PC로 ‘잘 도착했어. 다음주 초 이팀하고 빨리 시작해’라는 내용의 문자를 발송한 사실도 확인했다.

특별수사본부는 정호성(4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최 씨에게 유출한 청와대 문건만 총 180건에 달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 중 공무상 비밀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는 47건으로 판단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 씨에게 이메일로 청와대 문건을 보낸 뒤 휴대전화로 ‘확인 문자’까지 꼬박꼬박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정 전 비서관과 최 씨가 구글 지메일 주소와 아이디 및 비밀번호를 공유하며 수시로 청와대 문건을 주고 받았다”고 밝혔다. 문건 유출은 2012년 11월 20일부터 2014년 12월 9일까지 2년여에 걸쳐 계속 이뤄졌다.

정 전 부속비서관은 이메일 발송 후 최 씨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라며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메일을 보냈으니 확인해달라는 취지였다. 수사본부 관계자는 “(휴대전화에 남아 있는) 발송된 문자 메시지만 2년간 237회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빈번하게 주고받았다”고 표현할 만큼 두 사람은 상당 기간 연락을 나눴다. 2013년 2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정 전 비서관과 최 씨는 895회에 걸쳐 전화 통화를 하고 1197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음파일도 정 전 비서관과 최 씨가 문건을 주고받으며 지속적으로 교류했음을 밝히는 증거가 됐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 자택에서 총 9대(휴대전화 8대, 태블릿PC 1대)의 모바일 기기를 압수했고, 이 중 스마트폰 1대와 폴더폰에서 236개의 녹음파일이 확인됐다.

검찰이 관심을 가진 건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녹음된 12개의 파일이다. ‘정호성-최순실 대화’가 8개(총 16분10초), ‘정호성-박근혜 대화’가 4개(총 12분24초)였다. 정 전 비서관으로부터 문건을 전달받은 최 씨가 정 전 비서관에게 내리는 지시나 박 대통령의 업무지시를 녹음한 것이다.

나머지는 박 대통령 취임 전 녹음된 파일로, 약 224개(35시간 분량)에 달했다. ‘정호성-최순실 대화’가 3개(47분 51초), ‘정호성-박근혜-최순실’이 등장하는 3자 대화는 11개(약 5시간 9분)에 달했다. 3자 대화는 세명중 두명이 함께 있으면서 통화한 내용이다.대통령이 등장하는 녹음파일에서 세 사람은 대통령 취임식 준비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안종범(57ㆍ구속기소)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꼼꼼히 기록한 수첩은 검찰이 대통령을 대기업 강제모금의 주범으로 적시하는 데 중요 증거가 됐다.

손바닥 크기의 안 전 수석의 수첩은 총 17권에 달했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0월까지 작성한 이 수첩들은 한 권당 30쪽 분량으로 총 510쪽이나 된다. 검찰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앞 페이지부터는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와 티타임 회의 등 일상적인 회의 내용을 기재한 반면, 뒤에서부터는 날짜와 함께 대통령 지시사항을 메모했다. 안 전 수석도 수첩 기재 내용이 모두 본인이 쓴 것이며 청와대 회의 내용과 대통령 지시사항을 기재했다고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은 수사로 증거인멸의 우려가 제기된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이처럼 박 대통령 최측근들이 갖고 있던 녹음파일과 수첩을 조기에 확보하면서 수사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