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정치인에게 있어서 말은 알파이자 오메가다.
정치인의 말은 직접적으로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운 국민의 생각을 대변하는 동시에 스스로의 정치철학을 드러내는 유일하지만 가장 강력한 수단이다.
18년의 정치역정을 걸어오면서 정치인으로서 최정점인 대통령 자리에 오른 박근혜 대통령도 수많은 어록을 남겼다.
박 대통령은 짧고 간결하지만 핵심을 찌르는 어법으로 각광을 받았다.
1979년 10월27일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 피격된 직후 “휴전선은요?”, 2006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유세 도중 ‘면도칼 테러’를 당한 뒤 “대전은요?”, 2007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원포인트 개헌 제안에 대한 “참 나쁜 대통령” 등이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의 어법은 정치인 박근혜의 가장 큰 힘이자 약이었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정책현장을 찾은 자리에서 “손톱 밑 가시”, “불어터진 국수”,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등 임팩트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청와대는 올해 발간한 박 대통령의 어록집 ‘사람 나고 법 났지, 법 나고 사람 났나요’에서 “박 대통령이 비유나 새로운 조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대중적인 언어로 정책의 본질을 쉽게 전달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듣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배려’와 하고픈 말을 정확히 전달하는 ‘진심’의 결과이기도 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된 이후 공개 발언 자리가 늘어나면서 박 대통령의 어법은 독이 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어린이날 행사에서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전 우주가 나서서 다 같이 도와준다”고 한 것과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고, 잘못 배우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은 구설수에 올랐다.
언뜻 납득하기 어려운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순실 씨의 아버지 최태민 씨가 불교와 기독교, 천도교 교리를 섞어 만든 영세교 등 신흥종교와 연관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
지난 2월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규제개혁을 강조하면서 “규제를 일단 모두 물에 빠뜨려 놓고 꼭 살려내야 하는 규제만 살려두도록 하겠다”고 한 것은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잊지 못하고 있는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것이었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불거진 이후 세 차례 대국민담화에서도 민심과 거리가 먼 해명을 해 ‘유체이탈 화법’이라는 비판도 샀다.
특히 2차 대국민담화 때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고 한 구절은 최순실 파문에 성난 민심을 자극하며 조롱과 희화화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신대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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