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도예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조사하고 있는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2차 청문회에 불참한 최순실(60) 씨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핵심 증인들에게 ‘동행명령’을 발부했다. 그러나 ‘동행명령’은 법적 강제력이 없어 이들을 국정조사장에 데려올 방법은 전무하다.
동행명령이란 국회 국정조사의 증인이나 참고인이 정당한 이유없이 출석을 거부할 경우 이들을 부를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증언감정법)에 이같은 내용이 규정돼있다. 동행명령을 정당한 이유없이 거부하면 국회모욕죄가 적용돼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동행명령에는 강제력이 없다. 동행명령을 거부한 증인들을 형사처벌할 수는 있지만 강제로 국정조사장에 끌고 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헌재는 지난 2008년 ‘BBK 특검법에 포함된 참고인 동행명령 조항’에 대해 “청구인들의 신체의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며 위헌결정했다. 대법원도 판례에서 “감사ㆍ조사를 위한 증인 동행명령장 제도는 신체의 자유를 억압해 일정 장소로 인치하는 것으로서 ‘체포 또는 구속’에 준하는 사태로 봐야한다”며 “현행범 체포와 같이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긴박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으므로 영장 제시가 아닌 동행명령장에 기한 신체자유 침해는 영장주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보고 있다.
또 동행명령장은 당사자를 직접 만나 건넬때 비로소 효력이 발생한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경우 ‘행방불명’ 상태라 특위 측이 동행명령장을 전달하지 못하는 상태다. 이 때문에 우 전 수석이 법률의 맹점을 이용해 국회를 농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국회가 최 씨 등을 고발하면 재판과정에서 이들이 제시한 불출석 사유가 ‘정당한 이유’였는지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법원은 통상 민·형사 재판에 증인이 불출석할 때 ‘생업에 종사해야한다거나, 법정에 출석할 수 없는 건강상태’라는 사유등을 정당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순실 씨는 ‘재판 및 수사 중, 건강상 이유’를 들며 국정조사에 불참했지만, 법조계에서는 이는 정당한 불출석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일부 증인들이 ‘관련 사건 수사, 재판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국정조사에 불참했지만, 국정조사 당일 수사나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이는 불출석 사유로 충분치 않아 보인다”고 했다.
법원은 지난 2004년 “진행중인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국정감사에 불참한 굿모닝시티 대표이사 윤창열 씨 사건에서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는 정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증언감정법에 적시된 정당한 이유는 당사자가 수배중에 있어서 증인으로 출석하는 경우 체포될 가능성이 있는 등 출석만으로 신체나 재산 등에 위해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경우라 할 것이다”고 판시했다. 이어 “설령 “설령 피고인이 국정감사에서의 증언 내용에 진행 중인 재판에서의 범죄사실 등을 인정하는 내용도 포함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더라도, 이는 증언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제가 될 뿐 증인으로서의 출석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이유에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대법원도 지난 2006년 원심에 수긍해 판결을 확정했다.
동행명령 제도가 생긴 1988년 이래 재판에 넘겨진 사례는 극히 드물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지난 2014년 이준석 전 세월호 선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고 동행명령장을 발부했지만, 이 전 선장은 두차례 모두 불응했다. 위원회는 이 전 선장을 검찰에 고발하는 안을 검토했지만, 실제 고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지난 2013년 국회 ‘공공의료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의 동행명령을 거부했지만, 특위는 홍 지사를 검찰고발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