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明太)….

명태처럼 우리네 서민들의 삶과 추억 속에 끈끈하고 다양한 모양으로 자리잡고 있는 바닷생선이 또 있을까.

별명이 수 십 개가 넘는다. 노가리, 코다리, 생태. 북어, 황태…. 잡히는 시기, 잡는 방법, 가공방법에 따라 이름이 다 다르다.

봄에 잡은 것은 춘태(春太)

가을에 잡은 것은 추태(秋太)

겨울에 잡은 것은 동태(冬太)

얼린 것은 동태(凍太)

그물로 잡아 올리면 망태(網太)

원양어선에서 잡은 것은 원양태(遠洋太)

근해에서 잡은 것은 지방태(地方太)

강원도에서 나는 것은 강태(江太)

낚시로 잡은 것은 조태(釣太) 라 불렀다.

항상 푸짐하게 잡혀 친숙했던 어종인 명태가 무분별한 남획과 기후변화로 어느 새인가 동해안에서 자취를 감췄다.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해안로 국립수산과학원 소속 동해수산연구소에서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와 찾아갔다.

완전양식이란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 부화한 어린 명태를 어미로 키워서 다시 수정란을 생산하는 순환체계를 구축했다는 의미다.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한 이후 3년 만에 쾌거다.

명태는 30년 전까지 동해에서 연간 7만t 넘게 잡혔지만 어린 치어까지 잡아들이면서 2000년대 들어 서서히 줄어들더니 씨가 말랐다. 하지만 우리 식탁에서 명태의 인기는 식지 않았다.

급기야 러시아나 일본에서 잡아오거나 수입하는 원양태가 연간 24만8000t에 달했다. 정부는 살아있는 명태를 확보하기 위해 동해안 어민에게 거금의 현상금까지 내건 끝에 자연산 명태 암컷 1마리를 구하고, 수정란 53만개를 확보해 1세대 인공종자 생산에 성공했다. 작년 12월에는 길이 20㎝까지 키운 1세대 1만5000마리를 강원도 고성 앞바다에 방류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산란이 가능한 200여마리를 선별해 이 중 7마리가 지난 9월 산란에 성공하면서 2세대 수정란을 부화시켜 명태 양식에 성공했다. 이로써 명태 인공종자를 방류해 동해안의 명태 자원을 회복하는 것은 물론, 양식으로 명태를 키워 시중에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니 참 다행스럽다. 명태 양식 기술은 일본에서도 1세대 인공종자 생산에 그쳤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었다고 한다.

동해수산연구소 변순규 선임연구사는 한 마리가 수 십만 마리의 새끼를 산란하는 명태양식 원천기술로 “동해바다에 예전처럼 명태가 넘쳐나기를 바란다” 고 말했다.

우리나라 동해안 항구에 비린내가 진동하며 노란 장화를 신은 아주머니들은 콘크리트 바닥에서 발목까지 튀어 오르는 물도 아랑곳하지 않고 펄펄 살아 뛰는 명태를 손질하는 정겨운 모습도 그립고, 맨손으로 명태를 잡는 축제에 참가해 보고 싶다.

또 주머니 가벼운 애주가들의 안주로 사랑받는 노가리도 지천에 널리는 날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오래 전 입맛 까다로운 미식가들은 생태 중에서도 낚시로 잡은 조태를 높이 쳐주고 금태라는 별명까지 붙였다. 서울 몇몇 음식점에서는 낚시태 만으로 찌개를 끓여내고, 물건이 달리는 날에는 아예 문을 닫고 장사를 안하기도 했다. 물론 신선도 때문이지만….그물로 수백, 수천마리씩 잡아들이는 망태와는 다른 대접을 해줬다.

기를 쓰고 낚시태 찌개만을 찾는 손님이나 주인이나 모두 대단한 미각의 소유자이며 고집들이었던 것 같다. 날이 많이 차가워졌다. 벌써부터 얼큰한 생태찌게가 그립고 머리가 지끈거리는 숙취를 날려주는 황태국 한그릇이 그립다. 동해안에 국산 명태가 푸지게 뛰노는 날이 온다면 어려운 일은 아니겠다.

사진. 글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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