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는 새로운 중국이다”(Mexico is the new China)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기간 동안 여러차례 강조했던 말이다. 미국 내 자국 일자리를 멕시코에 빼앗기고 있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과거 중국으로 주요 생산기지가 옮겨간 것처럼 멕시코로의 러시가 가속화되자 트럼프 당선인은 멕시코를 상대로 강한 보호무역주의를 시사했다.

이 때문에 멕시코에 생산시설을 증대할 계획을 세운 완성차 기업들 발등에는 당장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의 새 행정부가 25년 가까이 이어온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거나 파기할 경우 북미로 가는 멕시코 생산분에 관세가 붙게 돼 가격경쟁력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높은 임금과 포화상태에 이른 미국 내 생산능력을 감안해 통상적ㆍ지정학적으로 유리한 멕시코를 선택했던 완성차 업체들로선 생산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까지 감안할 수밖에 없게 됐다. 현대차그룹은 최고 경영진을 중심으로 비상계획 검토에 들어갔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최근 들어 신규 투자 및 공장 추가 건설 계획을 속속 발표했다.

현재 60만대 이상 규모의 현지 생산공장을 운영 중인 GM은 2018년까지 5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공장을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드 역시 최근 멕시코 산루이스포토시주에 16억달러를 투자해 30년 만에 신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2013년 이후 해외공장 증설을 자제해왔던 도요타는 10억달러를 투자해 2019년부터 소형차 코롤라 생산을 위한 신공장을 건설한다.

BMW도 올해 3월 멕시코에서 공장 건설 기공식을 가졌다. 10억달러를 투자해 15만대 규모로 건설 중이다. 새 공장은 2019년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현재 멕시코에는 GM과 르노-닛산 각 3개, 포드와 FCA 각 2개 등 20여개 완성차공장이 가동 및 건설 중에 있다. 이곳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는 약 2000여개에 달한다. 기아차도 해외 4번째 공장으로 멕시코에 연산 4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공장을 지난 9월 준공했다.

멕시코 생산분이 중미와 남미로도 판매될 수 있지만 이들의 목적지는 북미 시장이다. 멕시코서 생산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 북미에 수출하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바로 아래 있어 물적 네트워크 환경이 우수한데다 멕시코자동차협회(AMIA)에 따르면 멕시코 자동차공장 근로자 일평균 임금은 약 40달러로 미국의 20~30%에 불과해 매력적인 조건을 보유하고 있다. 나아가 중국과 비교해도 시간당 임금 3.3달러로 중국 4.2달러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자국 기업인 포드에 대해서도 멕시코 생산물량에 35%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걸 정도로 미국 새정부의 대(對) 멕시코 보호무역주의 정책은 강경해질 가능성이 높다. 1994년부터 맺어온 NAFTA에 금이 갈 경우 멕시코 생산의 이점은 한순간에 사라질 수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최근까지 상황을 보면 트럼프와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빌 포드 주니어 포드회장은 당선 결과 당일 인도에 있었다. 포드가 인도에 5년간 1억9500만달러를 투자해 3000명을 고용하겠다는 발표를 한 뒤였다.

GM은 미국 공장 두 곳에서 직원 2000명을 감원키로 했다. 일자리 증대를 외친 트럼프 당선인에 반하는 결정이다.

일본 업체들은 트럼프 당선 날 일제히 주가가 하락했다. 도요타 6.5%, 닛산 6.0%, 혼다 7.8%의 낙폭을 보였다.

현대차그룹은 내부적으로 대미 수출 감소에 대비해 전사적으로 ‘컨틴전시 플랜’을 검토해야 한다는 분석이 최고 경영진에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포춘 500대 기업 중 90%가 멕시코에 진출했다. 완성차 기업들이 공조해 트럼프 보호무역에 대응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정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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