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 기자] 결국 문제는 ‘헌법’이다. 12일 열리는 민중 총궐기와 청와대-국회간 총리 권한 범위 논쟁에서 드러난 것은 ‘헌법 1조’와 ‘헌법 86조’간의 충돌이다.

거리에 나선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1조 제2항을 근거삼아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박 대통령 및 청와대, 그리고 야당은 헌법 제 86조 제 1항 “국무총리는 국회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이 임명한다”와 제 86조 제 2항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의 해석을 두고 다투고 있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국회에 “총리 추천”을 부탁했다. 국회가 추천하면 박 대통령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헌법 86조 1항이 규정한 국회의 국무총리 임명동의권을 사실상 ‘임명제청권’으로 바꿔 제안한 것이다. 헌법상 국회의 총리 임명동의권은 대통령이 지명한 총리 후보에 대해 국회는 찬ㆍ반만 의결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제안이 의미하는 바는 사실상 국회가 총리를 지명하면 대통령이 동의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총리 임명에 관해서는 사실상 대통령과 국회의 권한을 뒤바꾼 셈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86조 2항에 대해서는 법전상의 의미 이상은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거듭 표명했다. 기존에 유명무실했던 헌법상의 국무총리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11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헌법상 국무 총리 권한을 실질적ㆍ포괄적으로 보장하겠다는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러나 야당은 대통령의 ‘2선 후퇴’를 전제로 한 총리 권한 범위의 명확한 입장을 내놓으라고 박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당장 청와대와 야당의 입장이 부딪치는 지점은 국무총리의 조각권이다. 야당은 국회가 추천한 총리가 사실상의 국무위원, 즉 각 부처 장관의 임명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청와대는 헌법상 보장된 국무총리의 국무위원 임명제청권의 실질적 보장으로 맞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야당이 주장하는 대통령의 ‘2선 후퇴’가 현행 헌법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이에 대해 야당은 현재 역대 최저점까지 떨어진 국민들의 정부 지지도나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과의 관련성으로 인해 더 이상 박 대통령이 국정을 수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서 실질적으로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야권과 법조계 일부에서는 헌법 71조를 든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는 것이다. 최순실 관련 사태가 사실상 “대통령이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는 주장이다.

촛불민심은 한발 더 나아가 헌법 1조를 들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 저변에는 헌법 66조에서 규정한 “헌법을 수호할 책무”를 박 대통령이 이행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누구의 말이 옳을까? 결국, 다시, 헌법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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