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방영 중인 KBS1 대하사극 '정도전'은 높은 시청률과 함께 방송만 했다하면 그 회 역사적 사건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인기고공행진 중이다. 조재현, 유동근, 서인석, 박영규 등 '말이 필요 없는' 중견 배우들의 연기 사이에서 광기어린 연기를 보여준 박진우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데까지 드라마 시작 후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박진우는 지난 4일 방송한 '정도전'에서 비운의 최후를 맞으며 장렬하게 역사 속으로 사라진 우왕의 분량을 마쳤다. 데뷔 10년 만에 '신 스틸러', '박진우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어를 얻은 그와 최근 만나봤다.

"'정도전'을 하차하게 돼 굉장히 시원섭섭해요. 조금 더 했으면 좋았을 것 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처음에는 아시다시피 굉장한 선배 연기자분들이 출연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선배님들도 격려해주시고 감독님도 지시를 잘해주셔서 무사히 끝낼 수 있던 것 같아요. 연기를 하다보니 걱정했던 부분들이 사라지고 재밌어지더라고요. 한참 우왕을 연기하는 것이 즐거워졌는데 하차하게 돼 섭섭한 마음이 있나봐요."

앞서 언급했던 우왕은 고려의 비운의 왕이다. 출생부터 신돈의 자식이라는 의심을 받으며 주위의 눈초리를 견뎌야했다. 이인임의 힘을 업고 왕이 됐지만, 꼭두각시 일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이인임 밑에서 목숨을 보존해야했다. 이후 이성계, 최영 집단에게 이인임이 숙청되자 또 왕권을 위협당해야 했고 위화도 회군으로 인해 이성계에게 아들 창왕과 함께 제거됐다.

"우왕 캐릭터 자체가 평범한 왕이 아니잖아요. 미쳐버렸지만 신돈의 자식이라는 소문으로 정통성 논란이 휘말려야했어요. 어려서부터 슬픔과 스트레스를 지니고 자란 왕이라 술을 항상 가지고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대사톤도 항상 취해있는 것처럼 연기했고요."

"우왕이 이인임의 눈치만 보는 약한 왕이잖아요. 자기 스스로 한계를 깨기 위해 취해있다보니 표정이 밋밋한 것보단 과한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어요. 화를 내도 신하들이 저를 약하게 볼까봐 더 강한 척 했을 것 같고요.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과하다고 하실 수도 있지만 약하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어요."

사실 당초 박진우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았다. 박진우가 쟁쟁한 선배 연기자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자 정현민 작가와 강병택, 이재훈 감독이 그의 출연 분량을 늘인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래 대본에는 작가님이 많은 소스를 주지 않으세요. 감독님도 그렇고요. 그런데 기대보다 잘한다고 생각해주셨는지 분량을 조금씩 늘려주시더라고요. 마지막 촬영 때 감독님께서 '네가 잘해서 조금씩 더 줬던 것'이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그렇다면 박진우가 회를 거듭할 수록 우왕에 몰입해 '미친 연기력'을 선보일 수 있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 바로 선배들의 칭찬이었다.

"시청자들의 호평도 좋지만 현장에서 선생님들이 칭찬해주시는게 많이 와닿더라고요. 스태프들도 제 연기가 재밌다고 촬영나오는게 기다려진다고 하시더라고요.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좋았어요."

"함께 하는 선생님들이 다 쟁쟁하신 분들이라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을까, 내가 폐가 되지 않을까 그런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선생님들도 연기 지적 보다는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힘이 됐어요. "

우왕의 마지막 장면은 폐가입진설로 죽음 앞에서 자신이 공민왕의 적통임을 주장하며 왕씨가 서해 용왕의 후손이라는 전설을 따라 자신의 몸에 용의 비늘자국을 만들기 위해 인두를 지졌다. 이 장면에서 우왕의 광기는 정점을 찍었고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사실 인두로 지지는 장면은 리허설 하다가 넣은 것이었어요. 죽기 전에 자신을 평생 괴롭혔던 소문, 신돈의 자식이 아닌 공민왕의 자식이라는 걸 주장하기 위해 용의 비닐을 보여주려고 한 것이죠. 제가 인두를 몸에 자해한 적이 없었으니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아픈 것보다 슬픈 표정이 돋보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는데 화면에 잘 나왔더라고요."

그 동안의 작품에서 꽃미남, 모범생 등 같은 반듯한 이미지의 배역을 주로 연기해왔던 박진우는 앞으로 악역, 싸이코패스, 거지 같은 자신의 외모와 상반되는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

"색깔이 분명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어요. 그 동안 이미지와는 반대되는 캐릭터들을 하면서 국한되지 않는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박진우는 현재 국내 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드라마 제의를 받으며 차기작을 검토 중이다. 자신의 바람대로 색깔을 분명히 다질 배우 박진우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유지윤 이슈팀기자 /jiyoon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