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형석ㆍ장필수ㆍ유은수 기자]박근혜 대통령이 8일 오전 전격적으로 국회를 방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났다. 박 대통령은 국회에 국무총리 후보를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실상 김병준 국무총리 내정자의 지명 철회다. 이날 청와대와 국회의장실 사이에선 야당 대표에게 영수회담을 제안했느냐를 두고 서로 다른 말이 오가는 등 잡음이 있었다. 청와대에선 관계자를 통해 이날 오전까지도 야당 대표에 회동(영수회담)을 제안하고 설득ㆍ조율 중이라고 했다. 국회의장실에서는 청와대에서 전날 회동제안을 해올 때 여야 대표에 대한 언급은 일절 없었다며 부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본관으로 들어서는 로비에선 더불어민주당보좌진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박근혜 하야하라” “이게 나라냐”는 등의 팻말을 들고 시위했다. 어수선하고 냉랭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방문이 이뤄졌지만, 일단 정국의 꼬인 매듭 하나는 풀었다.

[사진=8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 야당의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사진=8일 오전 박근혜 대통령이 정세균 국회의장과 정국 해법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 본관에 들어서자 야당의원들이 손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안훈 기자 rosedale@heraldcorp.com]

일단 야당과 비박계에서는 사전 협의 없이 진행된 이날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 자체에 대해서 강한 비판이 나왔다. 그러나 강경기류 속에서도 이날 전달된 대통령의 ‘국회 추천 총리 수용’ 입장에 대해서는 “지켜보겠다”는 긍정 기류도 있었다. 여당 내 비박계(非박근혜계)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당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수용할 것과 이 대표가 사퇴할 것을 요구했다. “이 대표의 거취를 이번 주중 결정낼 것”이라는 얘기도 비박계 사이에서 나왔다. 정치권에선 오는 12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 퇴진 요구 대규모 촛불집회 이전에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후속 대책이 나오고 영수회담이 열려야 탄핵ㆍ하야 등의 상황을 막을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총리 지명 철회 후속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2선 후퇴 표명 및 탈당,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사퇴 등 야당과 비박계의 선결요구가 어느 정도 이뤄지느냐가 영수회담 성사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내 차기 대권주자 5인과의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 및 김 내정자의 총리 지명을 철회할 것이라는 전언을 듣고 “우선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국회가 추천하는 총리(후보)를 받아들이고 대통령은 (총리에게) 전권을 부여를 해야한다 이렇게 말씀을 드렸으니까 대통령이 큰 결단을 하고 절차를 밟는다면 지켜볼 일”이라고 했다. “(대통령 방문 전) 미리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했지만 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열린 당내 중진 의원 모임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대해 “총리 지명을 철회 하고 새로운 총리 지명 권한을 국회에 넘길 것을 당 지도부에게 제안 드리고 대통령이 수용할 것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대통령 방문을 두고서도 여야할 것 없이 강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비박계인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은 “이미 야당은 김병준 총리 지명을 철회하고 거국중립내각의 구성권을 국회로 넘기라는 확실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대통령께서 국회에 와서, 만나지 않겠다는 야당 대표를 찾아가겠다 이런 시도는 참 잘못됐다고 생각하고 국민들의 마음을 더 좌절시키는 그런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야당과의 사전 협의나 총리 지명 철회 요구의 선결 수용 없이 무작정 국회를 찾은 것은 잘못이라는 비판이다. 같은당 정병국 의원도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할 거면 먼저 김 내정자 지명을 철회하고 나서 야당 대표하고 만나는 자리를 만들어야지, 왜 방식을 그런 식으로 하느냐”고 비판했다. 같은당 오신환 의원은 “대통령이 국회의장을 만나는 것은그 전 단계에서 야당이 (영수회담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한 걸음으로 생각한다”며 “그것만으로 해결될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나는 어제 한광옥 비서실장을 만나서 우리가 요구하는 김병준 총리 지명자의 사퇴 혹은 철회, 대통령의 탈당이 이뤄져야만 영수회담에 응할 수 있다, 그 이외의 어떤 것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여전히 대통령과 새누리당 대표는 상황을 안이하게 보는 것 같다”고도 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이날 오전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회까지 찾아와 국무총리 후보자를 추천해달라는 적이 있었느냐”며 “이건 파격”이라고 했다. 이어 “야당도 이제 대통령의 뜻을 받아들이고 영수회담까지 임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한편, 비박계는 이정현 대표의 즉각 사퇴 요구를 계속했다. 주요 현안을 두고 새누리당 내 50여명의 친박계가 고립되고 비박계와 야권이 목소리를 같이 하는 양상이다. 박 대통령의 이날 방문과 입장 표명에 야권과 비박계가 어떤 대응을 하느냐가 향후 정국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suk@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