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최근 금융권이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맥킨지의 용역보고서에 따라 울고 웃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금융기관에서 의뢰한 맥킨지 보고서 내용이 공개되면서 해당 금융기관이 보고서 내용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을 때만 인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시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는 것이다. 당초 외부 용역보고서는 정책 결정이나 경영 판단에 참고하려고 의뢰를 하는 것이지만, 보고서 내용이 역설적이게도 정책의 반대파들에 의해 정책 거부 논리로 이용되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맥킨지 보고서로 홍역을 치른 곳은 바로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다.

금융당국은 올초 조선업 구조조정을 위해 맥킨지에 관련 컨설팅 보고서를 맡겼다. 조선업이 이해 당사자가 많은 만큼 구조조정을 하려면 납득할만한 논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보고서 내용이 너무 혁신적이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생존가능성이 없다며 매각 혹은 분할해야 한다고 결론을 낸 것이다. 따라서 한국 조선업도 대우조선 없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빅2’ 체제로 재편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우조선의 청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매우 당황스러운 결과였다. 이미 대우조선에 수조 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된 상태에서 회생 비용보다 청산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맥킨지 보고서에 대해 단순한 ‘참고용’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 정은보 금융위 부위원장도 “대우조선을 청산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어떻게 회생시킬지에 대한 고민만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맥킨지의 조선업 구조조정 보고서는 대우조선 지원안이나 조선업 경쟁력 강화방안이 발표될 때마다 반대 논리로 이용되고 있다. 독자 생존 가능성이 없는 대우조선에 왜 지원하나, 대우조선을 살리는 경쟁력 강화방안은 알맹이 없는 대책이다, 조선업 구조조정을 차기 정부로 미루는 것이다 등 거센 후폭풍의 진원에는 늘 해당 보고서가 있는 것이다.

지주사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한국거래소는 맥킨지 보고서가 오히려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거래소가 지난 6월부터 17주간 맥킨지의 컨설팅을 받은 결과 거래소의 사업 다각화를 효과적으로 실행하려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외국 거래소 다수가 사업 다각화 과정에서 지배구조 체제를 정비한 사례를 토대로 한국거래소의 지주사 전환 방향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역시 후폭풍이 몰려오고 있다. 거래소가 맥킨지 보고서 내용 중 지주사 전환에 따른 장점만 인용했다는 논란이 일면서다. 보고서에는 지주사 전환이 법인별 사업 중첩에 따른 이해상충 가능성과 파벌주의에 따른 비효율성도 일으킬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 결정 논리를 개발하고자 외부 기관에 용역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며 “필요에 따라 쓸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는데, 요즘 그런 보고서를 너무 맹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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