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조민선 기자] 한국 시장이 글로벌 수입차 브랜드의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올해 초 BMW그룹의 하랄드 크루거 회장이 첫 방문지로 한국을 택한데 이어, 인피니티, 볼보 등 글로벌 수입차 브랜드 최고경영자(CEO)들의 방한이 줄을 잇고 있다.

3일 볼보자동차그룹의 하칸 사무엘손 CEO는 볼보의 한국진출 28년 만에 처음으로 방한해 미래 비전을 밝혔다. 글로벌 판매량으로 보면 1%도 안되는 시장인 한국에서 볼보그룹의 글로벌 비전을 천명한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하칸 사무엘손 CEO는 이날 오후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볼보그룹은 럭셔리 수입차 브랜드의 격전지로 떠오른 한국시장에 주목하고 있다”며 “특히 한국의 D, E 세그먼트 시장은 글로벌 브랜드의 각축전이 펼쳐지는 중심지”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기준 D세그먼트는 3시리즈, C클래스와 같은 준중형급 세단, E세그먼트는 E클래스, 5시리즈 등 중형급 세단을 뜻한다.

그는 이어 “그동안 볼보가 왜건이나 SUV 등을 앞세운 전략에 변화를 줘 세단 시장을 공략하겠다”며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과 정면대결을 선언했다. 한국 수입차 시장은 세단 판매 비중이 70% 이상으로, 세단이 중요한 시장임을 감안해 이 부분을 공략하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볼보가 한국에 주목하는 이유는 지난 3년간 성장률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2014년 국내 판매량은 2976대로 전년 대비 54.6% 성장했고, 지난해 42.4%, 2016년 9월 기준 전년 같은기간 대비 26.7% 성장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지난 9월 말 볼보가 국내 공개한 중형 세단 ‘더 뉴 S90’도 한 달 만에 판매 300대를 기록하며, 중국 미국에 이어 3번째로 많이 팔렸다.

그는 “전통적으로 왜건 모델에 강한 볼보가 글로벌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한국 시장의 반응과 평가가 필수적”이라며 “한국 시장에서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글로벌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수입차 CEO들이 앞다퉈 방한하는건 한국이 럭셔리 세단의 격전지로 떠올랐고, 시장 규모에 비해 럭셔리 세단이 유난히 잘 팔린다는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마이바흐 포함)의 경우 최고급 모델이 2억원을 호가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올해 1~9월까지 5594대 팔렸다. 억대의 모델이 월 평균 600대가량 팔려나갔다는 얘기로, 글로벌 기준으로도 3위에 해당하는 판매량이다. BMW의 중형 세단 5시리즈도 지난해 전체 판매량 기준 1만6049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한국에서 3번째로 많이 팔렸다.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올해 1~9월 1만2846대 판매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볼보도 플래그십 세단인 S90의 한국 시장 성공을 발판으로 해외 공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이날 사무엘손 CEO는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볼보의 미래 사업 전략도 소개했다. 볼보는 내년 스웨덴 일반 도로에서 100대의 자율주행차를 운행하는 ‘드라이브-미 프로젝트’ 시행을 앞두고 있으며, 2025년까지 전기차 100만대 출시를 목표로 2017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2019년 CMA 소형차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순수 전기차 등을 출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