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유은수 기자] 새누리당 지도부 총 사퇴 요구가 당내외에서 빗발치는 가운데 31일 대변인 등의 당직 자진 사퇴도 이어지고 있어 여당의 권력 누수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이정현 대표 등 지도부는 “거취보다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며 사실상 퇴진 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친박계 의원들도 지도부 사퇴 요구에 이름을 올리는 등, 앞으로 리더십 상처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31일 오전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60여명이 당 지도부 총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사진=31일 오전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을 중심으로 60여명이 당 지도부 총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고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박해묵 기자 mook@heraldcorp.com]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무성ㆍ나경원ㆍ정병국ㆍ김성태ㆍ김학용 등 비박계를 필두로 40여명 의원들이 모여 거국내각 구성, 당 지도부 사퇴를 요구했다. 직접 회동에 참석한 의원은 41명이었지만 직ㆍ간접적으로 동의한 의원은 54명이라고 황영철 의원은 밝혔다.

또 ‘최순실 사태 진상규명과 국정 정상화를 위한 새누리당 국회의원 모임’ 21명도 성명서를 내고 “청와대는 한 점 의혹 없는 진상규명에 적극 협조하고, 야당과 국민이 동의하는 거국내각 구성을 적극 추진해야 하며, 청와대 눈치만 본 당 지도부는 즉각 총사퇴하라”고 요구했다. 의원회관 회동과 성명서에 이름을 올린 의원 가운데 중복을 제외하면 새누리당 소속 의원(129명)의 절반인 약 60여명이 당 지도부의 퇴진을 주장한 것이다.

또 김현아 당 대변인, 오신환 홍보본부장이 이날 연이어 당직을 스스로 내려놓고 지도부의 사퇴를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이에 이 대표 등 최고위원들이 비공개 회의에서 논의한 결론은 ‘선(先) 사태 수습, 후(後) 퇴진’이다. 이 대표는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어려울 때 그만두고, 물러나고, 도망가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쉬운 선택”이라며 “배가 순탄할 때도 순탄하지 않을 때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각오와 신념이 있을 때 지도자로 나서는 것 아닌가. 지금은 이 난국을 수습하는 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지도부 총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하지만 숨죽이고 있는 친박계 내부에서도 지도부 퇴진 요구가 나오고 있어 지도부에게 주어진 시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 출신의 한 친박계 의원은 “당내에서 지도부 사퇴 요구가 공개적으로 나온 이상 지도부가 하루라도 빨리 거취를 정리하는 게 낫다”며 “더 시간을 끌면 내분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이날 오전 회동에 친박계 혹은 범친박계로 알려진 성일종, 송석준, 송희경, 이학재, 유의동, 정유섭 의원 등도 모습을 나타내 친박계의 와해가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