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비선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PC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200여개 문건이 발견되면서 그간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박 대통령 행보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나만의 우표_사진교체’ ‘우표시안’ ‘우표제안(1)’ ‘우표제안(4)’라는 파일이다. 박 대통령의 취임 기념 우표는 지난 2013년 2월 25일 취임날에 맞춰 발행됐다. PC안에 있는 파일들은 2012~2013년에 만들어졌다. 우표 관련 파일도 이때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교체, 시안, 제안 같은 파일 이름을 볼 때 최 씨가 우표 발행에 직접 관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를 놓고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처음 박 대통령 기념 우표를 봤을 때 디자인의 ‘디’지도 모르는 아마추어가 사진첩 뒤져서 대충 만든 듯 했는데 오늘에서야 그 이유를 알겠다”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해외 순방 때마다 입길에 오르내린 옷차림도 최 씨의 PC에서 단서를 발견할 수 있다. 최 씨의 PC에는 ‘옷1_1’ ‘옷1’이라는 파일이 있다. 박 대통령은 다양한 옷차림을 통해 ‘패션 외교’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옷차림까지 챙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오방낭’이라는 낯선 단어는 박 대통령이 취임식 뒤 열린 ‘희망복주머니’ 행사로 거슬로 올라가면 연결점을 찾을 수 있다. 오방낭은 건강과 복을 기원하는 부적 등을 넣은 주머니다. 당시 박 대통령은 ‘희망이 열리는 나무’ 제막식에서 국민의 희망 메시지가 담긴 365개의 복주머니를 이 나무에서 꺼내 직접 읽었다. 당시 언론에는 박 대통령이 이 행사의 아이디어를 직접 냈다고 전해졌다. 하지만 최 씨의 PC파일을 보면 이는 최 씨의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박 대통령의 소박한 이미지를 부각한 2013년 저도 휴가 사진도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최 씨 PC에는 ‘130728-휴가’라는 파일이 있다. 박 대통령이 저도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 기간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페이스북에 해당 사진을 올린 날짜는 7월 30일이란 것이다. 또 ‘페이스북’이라는 파일도 있다. 최 씨가 박 대통령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운영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이처럼 최 씨가 청와대 중요 문서인 대통령 연설문과 공직자 인사 등에 개입했다는 중대한 국정 농단 의혹을 넘어 사생활의 경계를 오가며 박 대통령과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점에서 미르, K스포츠 재단 설립 과정 의혹으로 시작된 최순실 사태는 거대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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