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캠퍼스 설립 추진 놓고 학교-학생간 대충돌

-학생회 “학교 불통에 분노…시흥캠퍼스 철회를”

-학교 “10년간 학생협의 충분히 거쳐…철회 불가”

-일각 “‘서울대 타이틀’ 훼손 위기감 깔렸다” 분석

[헤럴드경제=김진원 기자] 서울대생 1000여명이 총장실 점거에 나섰다. 학교가 추진 중인 시흥캠퍼스 철회를 요구하면서 학생들은 최강의 수를 선택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일종의 분교인 시흥캠퍼스 설립 추진이 불통 일변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학교 측은 지난 10년간 충분히 학생들과 협의를 거쳐왔던 만큼 계획 백지화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양측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갈등의 골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서울대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학생 1000여명은 지난 10일 오후 10시35분께 대학 본부 4층 점거에 돌입했다. 4층에는 총장실을 비롯해 학생처, 기획처 등이 있다. 이들은 이날 오후 6시 중앙도서관 아크로폴리스에서 열린 전체학생총회에서 참석자 1980명 중 1483명의 찬성으로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철회를 요구했다. 1097명의 찬성으로 본부 점거를 결정했다. 11일에도 학생들은 본관을 점거 중이다.

[사진=서울대학교 학생 1000여명이 시흥캠퍼스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에 나서면서 학교와 학생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대 안에 설치된 시흥캠퍼스 철회 요구 플래카드.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사진=서울대학교 학생 1000여명이 시흥캠퍼스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에 나서면서 학교와 학생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대 안에 설치된 시흥캠퍼스 철회 요구 플래카드.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칠 사안에 대해 그동안 학교가 ‘불통’으로 일관한 것에 분노를 표출한 것”이라며 “앞으로 반대 활동에 대해서는 차차 계획을 세우겠다”고 했다.

서울대 총학생회 측은 “지난 6월 재학생 489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시흥캠퍼스 계획 전면철회’가 63.2%의 지지를 얻었다”며 “이같은 학생여론에도 불구하고 서울대 본부가 시흥캠퍼스 실시협약 전 학생들의 의견을 듣겠다는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협약을 맺었다”고 했다.

또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육기관이 시흥시가 추진하는 배곧신도시 사업에 직ㆍ간접적으로 개입하는 등 상업주의적인 모습을 가지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실제 시흥시 배곧신도시는 ‘서울대 유치’를 명분으로 홍보하며 다른 신도시에 비해 부동산 프리미엄을 상당히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측 입장은 정반대다. 지난 10년간 학생들과 충분히 대화했던 만큼 억울하다는 것이다. 학교 측 설명에 따르면 서울대는 2006년 ‘장기발전계획’에 따라 제2캠퍼스 조성을 하기로 했다. 부지 후보지를 공모했다. 시흥시가 9개의 지자체중 하나로 선정됐다. 그래서 오는 2018년 3월 순차적으로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시흥캠퍼스를 준비했다. 학교 측은 수년간 25회에 걸쳐 학생 간담회을 열었고, 지난 6월 대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관계자는 “시흥캠퍼스는 10년 동안 추진한 사업으로 학생들이 반대하는 기숙형 대학 조성 계획은 실시협약에 빠졌다”며 “실시협약을 맺기 직전 따로 학생의견 수렴을 거치지 않은 것은 그동안 학생들과 논의했던 내용과 협약에 차이가 없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또 학교 측은 그동안 시흥캠퍼스 추진위원회 산하 여러 위원회가 가동이 됐으며, 각 위원회에 학생 측 위원들이 참여해왔던 만큼 노력을 할만큼 했다는 입장이다.

서울대 측은 “이번 총학생회 집행부가 들어서 ‘시흥캠퍼스 전면철회’ 입장이 처음 나왔다”며 “10년 동안 학생들과 협의하며 추진한 사업을 백지화하기엔 서울대 뿐만이 아니라 어느 책임있는 기관의 입장이라도 힘들지 않겠나”라고 했다.

이에 대해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협약 발표가 있고 나서부터 학생회 차원에서 정식 대응하기 시작한 것으로 그간 대화협의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학생 측 의견이 수렴이 안됐는데 어떻게 협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사진=서울대학교 학생 1000여명이 시흥캠퍼스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에 나서면서 학교와 학생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11일 아침의 본관 분위기. 총학생회 측은 본관 내 카메라 기자의 출입을 불허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사진=서울대학교 학생 1000여명이 시흥캠퍼스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총장실 점거에 나서면서 학교와 학생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11일 아침의 본관 분위기. 총학생회 측은 본관 내 카메라 기자의 출입을 불허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여론은 관망세다. 대화를 통해 갈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다만 이화여대 사태 등에서 보여지듯이 불통이 난무하는 대학 분위기에 곱잖은 시각도 등장한다.

[사진=서울대 본관 주변에서 한 학생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사진=서울대 본관 주변에서 한 학생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서울대 인근 주민인 김종기(54) 씨는 “학교 측의 충분한 설득이 없는 사업 추진과 서울대 특정과가 시흥캠퍼스로 이관될 수 있다는 불안감, 서울대라는 ‘최고 타이틀’이 훼손될지 모른다는 위기감 등이 겹쳐 이런 사태가 발생했다고 본다”고 했다.


jin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