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 7년차 주부 김모(37)씨는 만기 된 적금 통장을 들고 고민에 빠졌다. 매월 100만원씩 꼬박꼬박 모은 1년 만기 적금이 어제 만기가 돼 1200만원이 조금 넘는 목돈을 쥐었지만, 마땅히 예치할 데가 없기 때문이다.
아직 전세 만기 기간까지는 1년 이상 남아 이 돈을 어떻게든 굴려야 하는데, 은행 예금으로 넣자니 연 1.3% 내외의 쥐꼬리 같은 금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다고 주식에 투자하자니 출렁이는 주가지수에 자신이 없다. 1년 반 뒤 또 전세금을 올려줘야 할 텐데 단돈 10만원이라도 손해를 보면 이것이 그대로 은행 빚이 될 게 뻔하다..
투자할 곳을 찾느라 인터넷 사이트 여기저기를 뒤지던 김씨는 결국 투자처를 결정하지 못하고 노트북을 닫았다.
주부 김씨처럼 저금리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늘면서 통장에서 노는 예금이 19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예금보험공사가 발표한 ‘2016년 2/4분기 예금보험 및 부보금융회사 현황’에 따르면, 6월 말 현재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요구불예금은 189조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요구불예금이란 예금주가 자급을 원하면 언제든 조건 없이 지급하는 예금으로, 현금과 유사한 유동성을 가져 통화성예금이라고도 불린다. 보통예금ㆍ별단예금ㆍ당좌예금ㆍ가계당좌예금ㆍ공공예금 등이 이에 속한다.
전체 부보예금이 1833조1000억원임을 고려하면, 투자처를 못 찾고 계좌에서 대기하고 있는 자금이 전체 예금의 10.17%나 되는 셈이다.
이같은 시중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은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지난해 163조7000억원이던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3분기 168조2000억원, 4분기 179조2000만원 등으로 매 분기 5~10조원 가량 늘어났다. 올해 1분기 178조원을 기록하며 잠시 증가세가 주춤하다가 2분기에 다시 189조5000억원으로 대폭 늘었다. 증가율만 6.5%다. 저축성예금(증가율 1.5%)이나 기타예금(-1.2%) 등 다른 은행 상품과 비교해서도 증가율이 높다.
이처럼 시중자금이 갈데를 못찾고 있는 것은 금융시장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불황까지 겹치면서 서민들이 투자 자체를 꺼리게 된 것도 원인 중 하나라는 분석이다.
예보 관계자는 “경기 불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시장까지 불안한 모습을 보이자 투자자들이 원금 보전이 되거나 리스크가 적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저금리 상황 때문에 은행 금리가 너무 낮자 요구불예금 같은 대기성 자금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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