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못하는 남자’ 원작자 ‘사토라레’ 등 시청률 제조기

국내 방송사상 초유의 사건 삼화네트웍스와 집필 계약

일본 작가가 국내 방송사상 최초로 한국 TV드라마의 극본을 맡았다. 국내에서도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는 유명 작가 오자키 마사야(54) 씨다.

오자키 마사야 작가의 작품은 현재 방영 중인 ‘참 좋은 시절(KBS2)’을 제작한 국내 굴지의 드라마 제작사 삼화네트웍스에서 만들어진다. 그간 국내 안방에 일본 드라마가 리메이크되거나 양국 공동제작 형태의 드라마가 제작된 사례는 늘었지만, 일본 작가 원작으로 순수하게 한국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자키 작가와 삼화네트웍스의 만남은 지난 2009년 한일합작 프로젝트 ‘텔레시네마’를 통해 처음 성사됐다.

당시 삼화네트웍스는 일본 대중문화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한일 합작 형태의 TV용 영화를 제작하며 다양한 일본 작가와 친분을 쌓았다. 오자키 작가 역시 ‘트라이앵글’이라는 한일 합작 영화에 참여했던 것이 인연이 됐다. 수년에 걸친 물밑 노력이 올 들어 뜻밖의 결실을 맺은 셈이다.

안제현 삼화 네트웍스 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난 자리에서 “일본의 유명작가인 오자키 작가가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한국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다”고 처음으로 밝혔다. 안 대표는 특히 “그동안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 하는 사례는 많았으나 일본 작가의 원작으로 한국에서 드라마를 제작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오자키 작가는 지진희 엄정화 주연으로 리메이크 된 드라마 ‘결혼 못하는 남자’의 동명 원작(2006)을 비롯해 ‘사토라레’(2003) ‘러브 제너레이션’(1997) 등 인기 드라마와 영화를 집필한 일본의 유명작가다. ‘러브 제너레이션’은 역대 일본드라마 시청률 5위권에 들 정도로 현지에서 인기가 높았으며, 오자키 작가의 최근작들인 ‘우메짱선생’(2012), ‘더블즈~두 명의 형사’(2013)도 소위 말하는 ‘대박작’이었다. 현재도 오자키 작가는 후지TV에서 방송 중인 ‘블랙 프레지던트’를 집필 중이다.

오자키 작가는 국내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 사람들의 심리를 예민하고 날카롭게 파고 든 오자키 작가의 드라마들은 절제된 대사량에 흡인력 있는 줄거리가 작품을 관통해 양국에서 사랑받고 있다.

일본에서도 로맨틱 코미디물의 대가로 정평이 나있고, 국내팬층도 탄탄하지만 처음으로 시도하는 일본 작가의 한국 드라마 집필은 아직 시험단계다. 닮은 듯 하면서도 미묘하게 다른 양국 정서의 차이도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안 대표는 “대본은 상당 회차 진행된 상황인데, 단순번역으로 한국인의 정서에 맞는 작품이 힘들 것이라고 판단해 젊고 감각있는 한국작가를 기용해 국내 정서에 맞는 각색 등을 진행할 생각”이라고 했다.

작품 수정이나 개입 등 ‘영역 침범’을 꺼려하는 자존심 강한 일본 드라마업계의 톱클래스 작가가 한국 드라마를 집필하며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이례적으로 비친다. 안 대표도 이에 “최근 일본에서 직접 만나 오자키 작가에게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는데 흔쾌히 응해줘서 정말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일본 작가의 한국 드라마 시장 진출은 다양한 의미로 해석된다. 침체기에 접어든 일본 내 한류 열기를 재점화할 새 발판이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드라마의 판권 수출입이나 리메이크, 합작 단계를 넘어 양국의 대중문화에 깊숙히 파고들 역발상적인 ‘한류 전략’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최근 일본 내 한류시장의 분위기는 좋지 않다. 일본은 국내 방송콘텐츠의 62.4%(문화체육관광부, 2013년 콘텐츠산업 통계)에 달하며 1억1209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 최대 수출국이다.

하지만 올 들어 일본의 메이저 5대 방송사(NHK, TBS, TV아사히, 니혼테레비, 후지TV)가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드라마를 편성하지 않기로 하며 한류시장은 위태로워졌다. 이 같은 상황에 일본 작가의 손으로 집필한 한국 드라마는 다시 열도를 공략할 수 있는 수출 콘텐츠로 자리할 수 있으리란 관측도 나온다.

안 대표는 “정치적 문제와 환율 이슈로 일본에서의 한류는 고전을 겪고 있지만, 일본은 한국에 있어 여전히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면서 “가장 절정이었던 2~3년 전에 비한다면 일본 내 한류는 주춤한 상황이지만, 아직도 7~80%의 한국드라마 시청층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자키 작가가 한국 드라마를 쓴다고 하니 일본 방송사들도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이 작품이 일본시장에서 한류가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삼화 네트웍스 측은 올 하반기 오자키 작가와 함께 한 드라마에 대한 구체적인 발표를 가질 계획이며, 현재 ‘공명의 갈림길’, ‘한도쿠’, ‘퍼스트 러브’를 쓴 일본 중견작가 오오이시 시즈카 작가와의 한국 드라마 제작도 계획 중이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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