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1150억·하나 1001억…국민도 1000억원 이상 추진

보안인력·CISO 권한은 은행별 격차…당국 “CEO 책임 강화”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들이 모여있는 ATM기기의 모습. [헤럴드DB]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들이 모여있는 ATM기기의 모습. [헤럴드DB]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금융권에서 해킹과 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KB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이 내년 정보보호 투자를 확대한다. 신한·하나은행은 관련 예산을 1000억원 이상으로 편성했고 KB국민은행도 1000억원 이상 배정을 추진하고 있다.

9일 국회 정보위원장인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내년 정보보호 예산으로 1150억원을 책정했다. 올해 406억원의 약 2.8배 규모다. 신한은행은 정보보호 예산을 지난해(453억원) 대비 올해 50억원 가량 줄였지만, 정보 유출 사고 이후 내년 예산을 크게 늘리기로 했다.

하나은행은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1001억원으로 편성했고 우리은행은 763억원을 배정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예산을 다시 편성하고 있으며 1000억원 이상을 정보보호 분야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규 보안 기술 도입과 침투 방어 등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은행별 차이가 컸다. 하나은행이 837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316억원, 우리은행 200억원, KB국민은행 167억원 순이었다. 국민은행의 경우 관련 예산은 추후 변경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예산 규모와 함께 실제 집행 수준도 과제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정보보호 예산 861억원 가운데 약 520억원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했다. 집행률은 60.4%다. 국민은행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여유 재원을 반영하고 실제 사업 추진 시 시장가격과 계약단가 등을 고려해 집행액이 조정되는 만큼 보안 투자가 부족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상반기 정보보호 예산 318억원 중 239억원을 집행해 75.3%의 집행률을 기록했다. 우리은행은 올해 전체 예산 616억원 가운데 536억원을 집행할 것으로 예상해 집행률이 87.0%에 이를 전망이다.

보안 전문 인력 규모에서도 은행별 격차가 나타났다. KB국민은행은 올해 IT 인력 1673명 가운데 보안 전문 인력이 17명으로 1% 수준에 그쳤다. 신한은행은 전산직 대비 보안 전문 인력 비중이 6%, 우리은행은 5.6%로 집계됐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의 권한과 업무 구조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4대 은행 모두 CISO가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 신용정보관리·보호인 등 다른 직책을 함께 맡고 있었다. KB국민은행 CISO는 뉴욕지점 CISO를 포함해 모두 5개 직책을 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3년간 CISO가 보안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승인을 보류하거나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는 우리은행에서 지난해 1건 발생한 것이 유일했다. 신한은행은 보안 요건이 부족한 사안에 대해 반려나 보류 대신 보완 지침을 전달해 미비점을 해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장에 대한 CISO의 대면보고 주기도 달랐다. 신한은행은 매주 열리는 임원회의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보고하고 있으며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월 1회 보고한다. KB국민은행은 연 4회 이상 이사회에 정기 보고하고 주요 이슈가 발생할 경우 별도로 대면보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금융회사의 보안 책임을 최고경영자(CEO) 수준까지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전 금융권 간담회에서 “보안은 최고경영자가 직접 책임져야 할 핵심 경영과제”라며 “중대한 관리 부실이나 대응 소홀은 CEO를 포함한 경영진의 책임까지 관련 법령에 따라 엄정하게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양수 위원장은 “은행권이 정보보호 예산을 늘리는 데 그치지 말고 실제 보안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며 “보안 전문인력을 확충하고, CISO 권한과 책임을 강화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당부했다.


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