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부 첫 ‘로컬창업 페스타 in 제주’ 4~6일 개최
전국 로컬 창업가·투자자·대기업 한자리에
투자 로드쇼·상권 활성화·해외 진출 성과 공유
오뚜기 등 대기업 협업…로컬 창업 성장 가능성 확인
[헤럴드경제(제주)=부애리 기자] “지역의 작은 가게 하나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관광지가 될 수 있습니다. 그게 로컬창업의 가능성입니다.” (박준규 서피비치 대표)
“버려지는 자원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했어요. 지역에서 시작한 작은 기업도 세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손소희 삼온 대표)
지역의 평범한 해변을 전국적인 관광명소로 바꾼 선배 창업가부터 버려지는 홍삼 부산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한 신생기업 대표까지 로컬 창업가들이 제주에 모였다. 성공한 선배 창업가는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했고, 성장 가능성을 인정받으려는 신생기업들은 투자자 앞에서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지역에서 출발한 사업이 투자와 수출, 상권 활성화로 이어지는 다양한 성장 경로가 한자리에서 펼쳐졌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제주에서 처음 개최한 ‘2026 로컬창업 페스타 in 제주’는 전국의 로컬 창업가와 투자자, 대기업 관계자들이 모여 지역 창업의 가능성을 공유하는 행사였다. 사흘간 투자 로드쇼와 로컬 상권 성과공유회, 글로벌 소상공인 성과공유회, 대기업 협업 사례 발표 등이 이어졌다.
선배 창업가 조언 듣고…서프보드 들고 투자유치 도전
행사 첫날에는 로컬 창업에 성공한 선배 창업가들이 후배들에게 경험과 노하우를 전했다. 강원도 양양을 국내 대표 서핑 명소로 바꾼 서피비치의 박준규 대표도 참석해 지역 자원을 활용한 사업 모델과 성장 전략을 소개했다.
박 대표는 “이제는 식당이나 펜션 하나도 여행의 목적지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박 대표에 따르면 실제 양양 방문객은 2014년 약 200만명에서 현재 1500만명으로 늘었고, 서피비치 주변 음식점도 5곳에서 30곳으로 증가했다. 그는 “지속적인 로컬 창업 교육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로컬 투자 로드쇼에서는 창업가들이 투자자 앞에서 사업 모델과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지역의 특색을 살린 창업가들이 저마다의 개성과 사업 전략을 앞세워 투자 유치에 나섰다. 정장 차림의 기업설명회(IR)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브랜드 베러댄서프를 운영하는 김준용 루메 대표는 반바지에 서프보드를 직접 들고 무대에 올라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를 넘어서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제주 원도심부터 김제 논바닥까지…청년들이 바꾼 상권
5일 열린 로컬 상권 성과공유회에서는 국민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상권들이 주목받았다. 제주시 원도심 일대 LPP 상권이 1위, 전북 김제시 죽산면 상권이 2위를 차지했다.
제주 LPP 상권을 이끄는 이금재 일로와 대표는 팝업 행사에 1467명이 방문하고 크라우드펀딩을 포함해 7200만원의 실적을 거둔 성과를 소개했다. 일로와의 최근 5개년 누적 매출은 약 96억원에 달한다.
김제 죽산면에서는 청년 창업가들이 농촌의 풍경을 바꾸고 있었다. 최별 에프엘디스튜디오 대표에 따르면 청년 창업팀이 한 곳도 없던 이 지역에 10개 팀, 약 30명이 자리 잡았다. 상가는 21곳에서 37곳으로 늘었고, 논에서 열린 지역행사에는 약 2000명이 모일 정도로 상권이 활성화됐다.
버려진 홍삼 부산물 활용해 美 수출…글로벌 소상공인 시상
행사 마지막 날인 6일에는 해외 시장 개척에 성공한 소상공인들의 성과가 공개됐다. 글로벌 소상공인 성과공유회에서는 수출 경쟁력을 인정받은 기업들에 대한 시상도 진행됐다.
중기부 장관상 프런티어 부문을 수상한 삼온은 홍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인 ‘홍삼박’을 활용해 식품 원료 ‘리인삼’을 개발한 기업이다. 홍삼박을 동결건조·미세 분쇄해 간식과 단백질 셰이크 등을 개발하고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손소희 삼온 대표는 “홍삼 부산물이라고 하면 국내에선 버려진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미국에서는 재활용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라고 말했다. 창업한 지 약 1년 4개월 된 삼온은 전체 매출의 약 8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스텝업 부문 장관상은 화장품 제조·판매기업 더미스가 받았다.
중기부는 올해 글로벌 소상공인 육성 사업에 100개 사를 선발했다. 자카르타 국제 프리미엄 소비재전에서는 14개 사가 약 27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며, 뉴욕 팝업 행사에 참여한 15개 사는 5만2096달러의 현장 매출을 기록했다.
대기업도 로컬에 주목…지역 창업의 성장 가능성
같은 날 대기업과 로컬기업의 협업 사례도 공개됐다. 오뚜기는 제주 흑돼지를 활용한 라면 등 지역의 특색을 살린 제품 개발 사례를 발표했다. 지역의 식재료와 아이디어를 대기업의 제품 개발·유통 역량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방식이다. 로컬기업이 보유한 차별화된 자원과 콘텐츠가 대기업의 유통망을 만나 더 넓은 소비자층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소개됐다.
이번 행사는 지역에서 출발한 창업이 투자와 수출, 상권 활성화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다만 이 같은 성과가 지속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지원을 넘어 창업가들이 지역에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행사에 참석한 모종린 연세대 교수는 “로컬 창업은 단순히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며 “전국으로 가고 세계로 나가더라도 로컬의 정체성을 유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boo@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