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지사업 상반기 57억원 적자…생활용품은 23억원 흑자
최병민 복귀 무산·HL사업부장 퇴사까지 잇단 인사 변화
최현수 회장 지분 7.7%…최정규 COO·희성전자 향배 변수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깨끗한나라 최병민 고문 경영 복귀와 무산 과정엔 제지 본업의 경쟁력 회복을 측과 신사업 확대 방향이 옳다는 경영노선 차이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 고문의 복귀를 추진했던 이사회에서는 제지사업의 수익성 회복을 중시했던 것으로 알려진 반면 최현수 회장은 생활용품 중심의 신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관건은 내년 3월 정기 주총이다. 이사회 구성원 전원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또한번의 경영권을 둘러싼 표대결 가능성도 열려있다. 근본 원인은 최현수 깨끗한나라 회장의 지분이 확고하지 않다는 점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깨끗한나라의 올해 상반기 제지사업(PS) 매출은 1269억8627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약 1.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57억2174만원으로 전년 동기 114억원대보다 줄었지만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생활용품사업(HL) 매출은 1337억6104만원으로 약 6.7%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2억5869만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늘었다.
두 사업부의 실적 차이는 깨끗한나라가 직면한 경영 과제를 보여준다. PS사업부는 백판지와 식품용지 등 포장재를 생산하는 제지 본업이다. HL사업부는 화장지와 기저귀, 생리대 등 생활용품을 담당한다. 올해 상반기에는 HL사업부 매출이 PS사업부를 앞섰고, 수익성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최현수 회장은 생활용품 사업을 기반으로 신규 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깨끗한나라는 올해 세탁용 캡슐세제와 식기세척기용 세제를 출시했고, 반려동물 브랜드 ‘포포몽’을 통해 펫푸드 사업에도 진출했다. 기업간거래(B2B) 위생용품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관건은 회복이 더딘 제지사업 부문이다. 깨끗한나라는 지난해 연결기준 22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영업손실이 33억원 수준으로 줄었지만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제지사업의 적자가 전체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신사업 투자와 기존 설비의 수익성 개선을 병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지난 4일 열린 임시주주총회에서는 최병민 고문의 사내이사 선임안이 부결됐다. 최 고문은 깨끗한나라의 제지사업을 오랫동안 이끌었던 인물이다. 이사회에서는 제지사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최 고문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선임안이 주총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최 회장 중심의 경영체제가 유지됐다.
경영진 내부의 인사 변화도 관심을 끈다.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윤수 부사장의 남편 하보영 전 상무는 HL사업부장을 맡다가 최근 회사를 떠났다. LG생활건강과 코스맥스 등을 거친 하 전 상무는 생활용품 사업의 마케팅과 사업 운영을 담당해 왔다. HL사업부가 상반기 흑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책임자가 퇴사한 것이다.
최정규 최고운영책임자(COO)의 역할도 주목된다. 최 COO는 최현수 회장의 남동생으로, PS와 HL사업부를 관할하는 핵심 경영진이다. 이번 최병민 고문의 복귀 추진 과정에서도 이사회에서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최 회장이 대표이사로서 경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지만 사업부 운영과 주요 의사결정에서는 최 COO의 역할이 작지 않은 구조다.
지분구조는 향후 경영체제의 또 다른 변수다. 지난 6월 말 기준 최현수 회장의 보통주 지분은 7.70%다. 반면 최정규 COO는 16.12%를 보유해 오너 일가 가운데 지분이 가장 많다. 최윤수 부사장은 7.70%, 최병민 고문은 3.46%, 최 고문의 부인 구미정씨는 4.96%다. 최정규 COO와 특수관계인 9명의 지분을 합하면 40.03%다.
희성전자의 지분 20.62%도 주목된다. 희성전자는 구미정씨의 오빠인 구본능 회장이 이끄는 희성그룹 계열사다. 깨끗한나라는 2009년 희성전자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가 2014년 최정규 외 특수관계인으로 최대주주가 다시 바뀌었다. 현재도 희성전자는 개별 주주 가운데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는 깨끗한나라 경영체제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최현수 회장과 최정규 최고운영책임자(COO), 이동열 전 대표이사, 김영기 사외이사 등 이사 5명 중 4명의 임기가 내년 3월 만료된다. 이사 임기 만료에 따른 재선임은 통상적인 절차지만, 최병민 고문의 복귀 무산과 이동열 대표의 사임이 잇따른 만큼 기존 이사진의 재선임 여부와 신규 후보 추천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깨끗한나라 지분 20.62%를 보유한 희성전자가 이동열 전 대표의 후임 인선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가 주목된다. 최현수 회장의 개인 지분은 7.70%인 반면 최정규 COO는 16.12%를 보유하고 있어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 향방에 따라 이사회 구성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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